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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결혼 후 첫 기념일로 한국을 찾은 신혼부부 쩡린(29)·꾸페이(28)씨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에서 하루에 3억5,000여 만원을 썼다. 로저 드뷔 매장을 방문해 2억7,000만원 어치 시계를 구매하고 쇼파드로 이동해 8,000만원 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샀다. 지난 10월 국경절 기간 한국을 찾은 왕후웨이신(48)씨는 에비뉴엘 본점에서 1억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를 구매했다. 동행한 부인도 까르띠에 매장서 5,000만원을 웃도는 시계를 샀고, 아들과 딸은 지방시·몽클레어 등에서 제품들을 쓸어담았다. 왕 씨 가족이 하루에 지출한 금액만 2억원에 달했다.
한 번에 억대 금액의 돈을 쓰는 'VVIP 유커'가 백화점 내 '가장 귀한 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최소 1,000만원 이상은 물론 수억 원까지 한번에 쓰는 VVIP 유커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도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3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본점의 1∼11월 전체 매출 중 유커 비중은 13.1%에 달했다. 메르스 악재로 전년보다 4.1%포인트 줄긴 했지만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중국 VIP 고객 수는 5% 정도. 비중은 적지만 일반 유커보다 최대 20배 이상 통 큰 쇼핑으로 매출 비중은 무려 30%를 차지한다. VIP 유커들이 통상 신상품이 나오는 분기별로 한 번씩 백화점 명품관을 찾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구매 금액은 국내 초우량 고객을 뛰어넘는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이에따라 롯데백화점은 국내 VVIP 고객에게 제공하던 전문 서비스를 VVIP 유커에게 내놓기 시작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본점 2층에 '에비뉴엘 글로벌 라운지'를 오픈, 중국 및 외국 VIP 고객의 쇼핑을 도와주는 '퍼스널 쇼퍼'를 배치했다. 기존 롯데백화점 본점 4층에 있는 '글로벌 라운지'가 모든 외국인 고객에게 열려있는 공간이었다면 에비뉴엘 글로벌 라운지는 에비뉴엘에서 당일 500만원,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쓴 외국 고객들로 사용을 제한했다. 퍼스널 쇼퍼 제도도 도입, 4명의 상주 인력이 통역뿐 아니라 VVIP유커 고객을 위한 쇼핑 안내 및 구매 물품을 호텔까지 직접 배송해준다.
장수현 롯데백화점 본점장은 "VVIP 유커가 객단가나 여러 면에서 국내 초우량 고객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밖에도 '바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자)라 불리는 젊은 VIP 중국 고객들을 위해 백화점 최초로 중국 SNS인 '웨이신'과 연계한 '멤버십 서비스'를 내년 1월에 선보일 계획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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