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5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호빵의 계절이 돌아왔다. 온갖 먹거리가 넘쳐나는 지금도 겨울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호빵의 인기는 여전하다. 호빵의 원조는 ‘삼립호빵’이다. 출시한 지 40년이 넘도록 ‘왕좌’를 지키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삼립호빵’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찬바람이 불어와~호호호호 호빵~ 몹시도 그립구려.”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삼립호빵’의 CM송을 들으며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호빵은 한마디로 추억이다. 1970~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추운 겨울 동네 구멍가게 앞에 빙글빙글 돌아가던 원통 찜기를 누구나 기억한다. 그 안에서 침샘을 자극하던 호빵은 봉긋한 모양을 뽐내며 독특한 발효향을 흩날렸다. 눈과 코를 자극하는 호빵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호~호~’불어가면 호빵 하나를 먹고 나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호빵은 뭐니뭐니해도 원조 ‘ 삼립호빵’ 이다. 지금부터 44년 전인 1971년 10월 탄생했다. 호빵은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철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삼립식품이 만든 국내 1호 겨울철 빵이었다. 요즘처럼 난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못하던 당시 겨울철에는 추위 때문에 진열대의 빵이 쉽게 딱딱해졌다. 빵을 만드는 회사 뿐만 아니라 대리점들 수익도 급격히 줄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호빵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한 끝에 탄생한 ‘상생’의 제품이었다.
1봉에 5개가 들어가 있던 ‘ 삼립호빵’ 은 처음엔 구매 후 가정에서 쪄먹는 제품으로 출시됐다. 출시 이듬해인 1972년 1월 1일, 삼립식품은 호빵 판매용 찜통을 만들어 소매점에 배포했다. 판매 확산을 위해 제작된 호빵 찜통은 별도의 문이 따로 없는 알루미늄 재질의 원통형 찜통이었다. 그래서 원통 자체를 들어야만 호빵을 꺼낼 수 있었다. 이 같은 판촉장비의 지원은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독창적인 발상이었다. ‘삼립호빵’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출시하자마자 파죽지세로 인기 가도를 달렸다. 1971년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판매액이 삼림식품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겨울 3개월만 따지면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눈 내리는 겨울, 노릇노릇 구워진 빵에만 익숙하던 소비자들에게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한 빵에 달콤한 단팥이 들어있는 호빵은 신선한 자극 그 자체였다.
호빵은 개발 때부터 삼립식품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야심작이었다. 삼립식품은 서울 가리봉동 공장 호빵 생산라인에 우수 사원들을 대거투입해 제품의 질 향상에 만전을 기했다. 그 후 가리봉동 공장의 호빵 생산라인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갔다. 가리봉동 공장에서 생산되던 제품 출하량의 절반을 호빵이 차지했을 만큼 인기를 끌어 사무직원들까지 제품 포장에 동원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출시 40년이 넘은 현재도 호빵은 겨울 빵의 대명사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삼립호빵’은 최근 전통적인 단팥과 채소(야채) 호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기, 불닭, 피자, 우유크림 등 다양한 맛으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고객 입맛에 맞춰 자극적인맛을 줄이고, 우리 쌀과 국산 채소, 국산 돼지고기, 유기농 우유 등 우리 농축산물을 사용해 원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카카오 프렌즈, 라인 프렌즈 등 다양한 캐릭터를 패키지에 적용해 젊은 층 시장을 공략하는 다양한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삼립식품은 찜기 조리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하고있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찜기에서 조리한 듯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전자레인지 전용 제품도 개발해 곧 출시할 예정이다.
먹거리와 간식이 무수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에도 호빵의 수요가 꾸준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 때 그 시절’식 추억 마케팅과 소비자들의 감성적 소비 때문만은 아니다. 매년 맛과 품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제품의 다양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온 업계의 노력도 호빵의 인기가 여전히 뜨끈뜨끈한 중요 요인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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