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인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국내 증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새해 첫 개장일에 닥친 중국 쇼크에 이어 북한 핵실험이라는 또 다른 악재에 시장의 충격이 우려됐지만 북한의 핵 실험 공식 발표 이후 오히려 낙폭을 줄였다. 과거 세 차례의 북한 핵실험이 국내 주식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는 이른바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 4·4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로 가뜩이나 시장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마저 불거짐에 따라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지진파가 감지된 오전11시 이후 코스피지수는 1,911.61포인트(-1.0%)까지 떨어졌지만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온 후 주가는 오히려 1,920선을 회복한 뒤 전일 대비 0.26% 하락한 1,925.43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사상 네 번째로 긴 2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나갔지만 개인이 1,072억원 규모로 저가매수에 나서며 낙폭을 줄였다.
종목별로는 방산주와 남북경협 테마주가 북한 핵실험 여파로 희비가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방산주인 LIG넥스원은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전일 대비 4.37% 상승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루멘스·빅텍·퍼스텍 등이 동반 상승 마감했다. 반면 남북경협주인 로만손·신원·재영솔루텍 등은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도 과거와 같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으로 증시 전반에 선반영된 재료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0월9일 발생한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당일 코스피지수는 2.4% 하락했지만 3거래일 후 상승으로 전환해 6거래일 만에 지수를 회복했다. 2009년 5월25일 2차 핵실험 당시에도 당일 장중 6.3%까지 하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장 후반 낙폭을 만회하며 0.2% 하락한 수준으로 장을 마쳤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는 당일 0.26% 하락했지만 다음날 1.53% 올랐다.
북한 리스크 중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2011년 12월19일)에도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43% 급락했지만 다음날인 20일 0.91%, 21일에는 3.09% 상승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은 주식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안겨주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며 "이번에도 단발성 이벤트 성격이 강해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자체로는 큰 악재가 되지 않더라도 불안한 대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어 코스피지수가 1,900선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패턴을 적용하면 이번 북한 리스크도 하루나 이틀 정도 변동성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발생해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북한 리스크는 주가에 3일 이상 영향을 준 적이 거의 없지만 외교적 마찰이 커질 경우 8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지난 4·4분기 실적 발표 시즌과 맞물리면서 주가 하락폭을 키울 수 있다"며 "시장 하락에도 견딜 수 있는 실적 개선 업종인 음식료, 바이오·제약, 유통, 화장품 등 내수주와 방산주로 압축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응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IBK증권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하면 다음달에는 코스피지수가 1,85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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