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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여는 사람들 '내수 혈맥' 택배기사 동행 취재
지난 6일 오전 서울 금천구 CJ대한통운 가산동 터미널. 11톤 트럭 수십 여대가 배달 물품들을 컨베이어벨트로 토해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취합, 옥천 등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에 모인 물품 중 서울 관악구·구로구 지역 배달 물품만 가산동 터미널 분류센터에 집결된다. 동절기라 어스름이 채 가시기도 전인 오전 7시부터 오전 내내 하차 작업이 이뤄졌다. 서동연 구로지점장은 "하루에 11톤 트럭 30여대가 약 6만 개 물품을 이곳에 쏟아낸다"며 "주말 및 월요일까지 3일치 물량이 모인 어제는 하루만 8만5,000개 물품을 배달했다"고 전했다.
가산동 터미널 내 관악구 지역 분류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림동·난곡동 등 관악구 지역 배달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번엔 1톤 트럭 120여대가 나란히 서 있다. 입김이 보일 정도로 한기가 느껴지는 분류센터에서 SM(Service Man·택배기사)들이 각자 트럭에 하루 배달 물품을 차곡차곡 실었다. 임한석(46) 신림동 SM팀장은 "10년 전에는 기사 1인당 하루 물건 80개 배달이 전부였고 담당하는 배달망도 넓었다"며 "최근에는 1인당 하루 취급물품이 족히 300여 개가 되다 보니 신림동 13개 동을 쪼개서 1개 동에만 최소 10명의 기사가 배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4년 전체 택배시장 물량은 16억2,325만개에 달한다. 2004년 4억469만 개와 비교하면 4배 정도 늘어났다. 이 같은 택배시장 초고속 성장을 견인한 건 단연 '온라인·모바일 쇼핑'이다. 모바일 쇼핑·해외직구가 자리 잡으면서 2004년 1조원대 택배업계 매출도 2014년 3조9,757억원으로 뛰었다.
배달 품목에도 변화가 크다. 택배 기사를 따라 오후 관악구 난곡동 주택가 일대를 돌아보니 생수, 화장지, 치약세트 등 생활필수품 배달량이 제법 많았다. 택배 기사 5년차 서민호(28)씨는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곳은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무거운 물품을 배달하기도 해야 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택배업이 활성화되고 내수물류의 핵심 역할을 하면서 택배 기사 수도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택배 기사의 연령대는 20∼70대까지 다양하다. 서 씨처럼 일찍이 택배 시장에 뛰어들어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서 씨는 엄밀히 말하면 개인 운송 사업자다. 월급이 아닌 오롯이 물품 배달 건수당 일정 금액을 정산해 받는다. 서 씨는 "택배 한 건을 배달하면 손에 쥐게 되는 금액은 800원 안팎"이라며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일한 만큼 벌어가는 더할 나위 없는 정직한 직업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량 증가 등으로 택배업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해결할 숙제도 많다. 택배 운임가 하락이 대표적이다. 택배시장 박스당 평균 단가는 2005년 3,000원대가 무너진 이후 2014년 평균 2,250원으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물동량이 늘어도 단가가 떨어지니 이익이 늘지 않는 구조다. 물론 단가 추락은 급증하는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펼친 업계가 자초한 바가 크다. 택배업체의 경쟁력 확보와 내수 물류의 최전선에서 정직한 땀을 흘리는 택배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택배 단가를 현실화해 내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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