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주요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부쩍 강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환경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관측이 많았다. 분야별로는 정보기술(IT)·게임·자동차 산업의 투자 의욕이 높아졌으며 조선과 건설 산업의 투자 의욕이 가장 낮아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번 조사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투자종합지수는 117.9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20.2)보다는 낮지만 하반기(108.9)보다는 반등한 수치다. 각각 114.3과 110.1에 그쳤던 2014년 상·하반기에 비해서도 높아졌다. 다만 2011년 상반기(143.6)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투자종합지수를 구성하는 각 지수를 살펴보면 투자 실적이 개선되고 기업들의 투자 의욕 역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하반기 130.8이었던 투자성과지수는 올 상반기 139.2로 높아졌다. 조사 기간 직전까지의 투자 성과가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투자 규모를 감안했을 때 성과가 좋았다고 판단한 기업은 전체의 61.1%였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투자심리지수도 지난해 하반기 149.6에서 올 상반기 163.9로 더 높게 측정됐다. 현재의 투자계획을 실제로 추진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 조사 대상 중 88.9%였으며 지금보다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계획대로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75.0%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업투자심리가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과감한 투자와 공격 경영의 의지를 나타내는 기업가정신지수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11.7에서 113.0으로 소폭 올랐다. 다만 수익이 기대되나 리스크가 클 경우 투자하지 않겠다는 기업도 66.7%에 달해 기업들이 여전히 보수적 투자 경향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투자 규모의 추이를 알 수 있는 투자추세지수는 104.1로 지난해 하반기(80.5)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늘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 대상 기업의 54.8%를 차지했으며 올해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기업도 49.3%였다. 절반 가까이가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린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여건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현재의 투자 여건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를 뜻하는 투자여건지수는 69.4로 지난해 하반기(71.7)보다 떨어졌으며 다른 지수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의 투자여건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75.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향후 투자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업도 절반 이상인 55.6%에 달했다. 기업들이 여전히 적극적인 투자 장려 정책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산업 분야별로는 IT·식품·자동차 등이 종합적인 투자 지수가 가장 높았다. 조선과 무역업은 투자성과지수가 각각 66.7과 50으로 저조했으며 기업가정신지수가 가장 낮은 산업도 조선(33.3), 철강(50), 물류(50) 순이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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