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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각종 비용을 절감하면서 올해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짰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10년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올 경영 전망 설문 결과 이 같은 방침은 재계 전체에 적용되고 있었다. 중국 경기 하강과 미국 금리 인상, 저유가에 따른 신흥국 침체로 세계 경제가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대한 수익성을 높여 길어질 수 있는 싸움(경기침체)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43.7%가 올해 마케팅을 포함한 각종 비용의 집행 규모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1~10% 축소'는 15.5%였고 '11~19% 축소'는 5.6%, '20% 이상 축소'도 4.2%나 됐다. 식품과 항공을 제외한 조선·철강·전자 등 모든 업종에서 동결 내지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1~10% 확대'는 28.2%였고 '11~19% 확대'와 '20% 이상 확대'는 각각 1.4%에 그쳤다. 응답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올해 각종 비용을 동결하거나 줄이겠다고 한 셈이다.
이 같은 기업들의 긴축 경영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기업경영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1%는 '중국 등 글로벌 경기'라고 응답했다.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변수가 기업경영에도 고스란히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감소'와 '자금시장 경색'이라고 대답한 곳은 각각 10.8%였다. 자신이 속해 있는 업종의 내수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도 가장 많은 업체(44.6%)가 지난해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1~10% 축소'도 29.7%나 됐고 '20% 이상 축소'는 1.4%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주요 경영목표는 공격적으로 잡았다.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보면서도 위기돌파에 방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올해 매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응답업체의 43.5%는 '1~10% 상향'이라고 답했다. '11~19% 상향'과 '20% 이상 상향'도 8.7%와 7.2%에 달했다. 66.6%가 올해 매출목표를 늘려 잡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 비용 절감 등 내실 경영을 펼쳐 영업이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과 관련해 '1~1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 업체가 47.1%로 절반에 육박했다. '11~19% 증가'도 5.7%였고 '20% 이상 증가'도 12.9%나 됐다.
올해 기업 활동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 역시 '수익성 향상(40.8%)'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쟁력 강화(31.6%)'와 '비상경영체제 유지(10.5%)'가 뒤를 이었다.
반면 올해 자금 사정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다봤다. 올해 자금 사정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응답이 61.1%였고 '다소 악화된다(25%)'와 '다소 좋아진다(13.9%)' 순이었다. '매우 악화된다'와 '매우 좋아진다'는 답은 없었다.
특히 대형 인수합병(M&A)과 사업재편, 신수종 사업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다소 강해질 것이다(56.8%)'와 '매우 강해질 것이다(14.9%)'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수준'이라는 답은 21.6%였고 '다소 양해질 것이다'는 6.8%에 그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재편과 신사업 발굴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환경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잡고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확대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격적으로 잡고 신사업 진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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