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고객이 신규 휴대폰을 구매해 개통할 때 이동통신사 등으로부터 받게 되는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20% 선택약정 요금할인' 제도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10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월 이동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과 함께 도입된 선택약정 요금할인제가 12월28일 기준으로 432만688명이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아이폰 신제품 출시 이후 가입자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월 11만명선에 그치다가 4월에 할인율이 20%로 대폭 오르며 6월 100만명, 9월 220만명으로 급증했고 10월에 아이폰6s와 6s플러스 출시 이후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특히 8월7일부터 12월28일까지 선택약정 요금할인 고객 중 76.8%가 단말기를 신규로 산 고객으로 나타나 당초 중고폰과 자급제폰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던 제도의 취지가 퇘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 선택약정 요금할인제에 아이폰 고객이 몰리는 것은 단말기가 비싼 데 비해 제공되는 지원금은 적기 때문이다. 국산폰은 신제품이라도 지원금을 많게는 30만원대까지 받을 수 있지만 아이폰은 최대 10만원대 수준에 그친다. SK텔레콤 공시에 따르면 아이폰6s플러스 구입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최대 13만300원(밴드데이터100 요금제 기준)에 불과하다. 해당 기종 출고가격이 113만800원이므로 지원금을 받아도 99만원을 줘야 한다. 그렇지만 월 5만1,000원 요금제를 선택한 아이폰6s 가입자가 7만원의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고 월 1만200원씩 요금할인(2년 간 총 24만4,800원)을 받으면 17만4,800원을 아끼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고가요금제에 가입하면 20% 요금할인제가 공시지원금보다 더 유리하다.
이에 따라 70%이상의 아이폰 고객이 요금할인제를 선택하고 있다.
20% 요금할인은 당초 대리점·판매점에서 휴대폰을 사는 사람들만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는 점을 개선해 중고폰이나 다른 곳에서 휴대폰을 사서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고객에게도 혜택을 주자는 취지였으나 애플이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유독 애플은 아이폰 공급 계약을 맺을 때 자신들은 거의 지원금을 내놓지 않을 뿐 아니라 계약 상대방인 이통사에 대해서도 지원금을 많이 제공하지 말라고 한다"며 "이통사들은 국산폰만큼 지원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6엣지 플러스의 경우 SK텔레콤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최대 28만5,200원(밴드데이터100 요금제 기준)에 달한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2,000만대 수준으로 이 중 600만대 안팎이 아이폰 제품일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 신제품 출시 이후 판매가 가속화하는 특성을 감안할 때 10월 이후 아이폰 판매 는 절반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국산 스마트폰 신규 구매자들은 아직까지는 공시지원금을 선호하고 있지만 아이폰 구매자중 70% 가량은 20% 선택약정제를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판매 부진으로 올 1-3월 30% 감산에 들어간다는데 유독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가 뭐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20% 요금할인제는 지난해 4월 할인율을 12%에서 20%로 높이면서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민병권·조양준·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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