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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이 시점에 조금은 울적한 뉴스들이 귀에 걸린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총 근로시간은 2,285시간으로 2014년 1위였던 멕시코를 누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평소 일하는 시간의 양만 많은 게 아니다. 구직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나이도 남성 72.9세, 여성 70.6세로 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많은 나이까지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한국 사람들은 은퇴 후 삶이 안정되어야 할 텐데 어찌 된 일 인지 노인(65세 이상) 빈곤율 역시 49.6%로 OECD 국가 중 최상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오래 일하는데도 나이 들어서는 가난하게 산다는 말이다.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여기서 우리는 50%에 가까운 노인 빈곤율을 한국 노인의 절반이 가난하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노인 빈곤율의 정의가 중위소득 50% 미만의 노인가구 비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소득이 적은 것이지 가난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실제 가구주의 나이가 60대 이상인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축인 50대 다음으로 많은 평균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 한국 노인들은 왜 소득이 적은 것일까. 전통적으로 한국은 금융자산을 축적해서 자신의 노후에 사용하기 보다 부동산과 같은 형태로 유지하다가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성향이 강했다. 부모세대는 그에 대한 대가로 자식들에게 봉양을 받는 구조였다. 아직까지도 이런 유형이 많다고 생각된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과 같은 사적이전소득은 제법 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소득은 아니다. 더구나 연금제도는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단계여서 고령자들에게는 별로 해당 사항이 없다. 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자 배당소득 같은 금융소득은 갈수록 줄어들다 보니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소득이 많을 수가 없는 구조다.
이미 노후준비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65세 이상 고령세대를 많이 차지하게 되는 5~10년 뒤부터는 노인빈곤율이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연금소득만으로 안정된 노후생활이 될 만큼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문제를 개선하려면 먼저 연금상품에 대한 활용도를 최대한 많이 높여 연금소득이 적정하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50대는 가장 많은 부를 가진 세대이며 이제 막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기 시작은 했지만, 경제활동에서 완전히 은퇴하기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 자신의 노후연금소득을 예측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기회가 아직 더 있는 것이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자산을 자녀세대에게 물려주기 보다는 자산조정을 통해 미리 유동화할 수 있도록 대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10년 뒤, 20년 뒤 한국의 노후빈곤율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닌 더 나은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식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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