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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그럴듯한 '△△금융'… 어쩌나

대형은행과 유사 명칭 사용… 돈 빼돌리고 개인정보 악용

연말연시 불법대출 전화 기승

단순전화 이유론 처벌 어려워… 고객들도 금융업체도 속앓이

꼼꼼히 확인하고 피해땐 신고를

"안녕하세요, 고객님. 우리금융인데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해드립니다. 추가 자금 필요하시면 좋은 금리에 대출도 가능합니다."

직장인 김가영(30)씨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내용의 전화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는 김씨는 처음에는 그냥 '우리은행에서 하는 대출 영업인가보다'하고 넘어갔지만 비슷한 전화가 반복되자 의구심이 생겼다. 어느 날 또 같은 전화가 걸려와 김씨가 "우리금융이라면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해준다는 건가요?"라고 묻자 상대방은 "그건 아니고 저희는 우리금융이에요, 고객님"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김씨는 "스팸 설정 등을 해도 한계가 있다"며 "신고를 하고 싶어도 어디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연말연시 자금 수요를 겨냥한 불법 대출 권유 전화가 폭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NH농협은행 등 대중에게 친숙한 대형 금융사의 이름을 교묘하게 이용해 사기 대출에 악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불법 대부업체나 금융사기범들이 대형 금융사와 유사한 이름을 대고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실제로 각 시중은행에 확인한 결과 은행들은 이 같은 방식의 전화 영업은 하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은행에서 대출 영업을 한다고 치더라도 소속 은행 명칭을 정확히 밝히기 때문에 뭉뚱그려 '○○금융'이라고 소개한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한번은 우리 은행의 이름과 비슷한 △△금융이라며 대출을 받으라길래 내가 그 은행 직원이라고 답을 했더니 '우리 회사 이름도 △△금융이다'라고 당당하게 나와 황당했다"며 "길을 가다 △△금융이라고 아예 간판을 붙여놓은 곳도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대부업체였다"고 말했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팀장은 "유명 금융사를 사칭해 대출을 받으라고 하는 수법은 비교적 고전적인 방법"이라며 "이런 경우 은행 대출이 아니라 고금리 대부업대출을 해주거나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나 예치금을 먼저 내야 한다고 속여 돈을 빼돌리고 통장 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해 대포통장 등에 악용하는 등 사기 수법이 다양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 팀장은 "연말연시에는 대출이 필요한 금융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불법 대출 전화나 보이스 피싱 등에 대한 신고 전화가 평소보다 1.5배 정도 늘어난다"며 "하지만 고객이 실제 피해를 입지 않으면 단순히 전화만 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어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 회사를 사칭해 불법 대출이나 금융사기에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피해 사례가 있을 때마다 금감원에 신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막상 찾아보면 완전히 같은 이름이 아니라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거나 실제 고객 피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 해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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