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보상 넘어 전문성 키우는데 초점… 노조 직접 만나 설득할 것
ISA에 중위험·중수익 상품 담게 1분기중 '규제 완화 청사진' 발표
금융사 '구조조정 운영협약' 꼭 들어가야… 발빼는 곳 손해 불가피
새해 벽두부터 금융계에 '거친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임종룡(57·사진) 금융위원장은 올해 금융권의 첫 번째 화두는 '경쟁'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시장 눈치를 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이 지목한 올해 첫 작품은 금융업권 간 융합과 금융회사 성과주의 확대다. 벌써부터 금융회사와 노조의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뛰어넘겠다고 응수했다.
금융계의 조종사로 자신을 칭한 그는 지금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고 진단했다. 저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계기(計器)비행이 아니라 달라지는 상황마다 맞서야 하는 수동비행을 하는 처지라는 게 그의 토로다. 조종대를 잡은 그의 시선은 '시장'을 향한다. 오로지 시장만 보고 움직여야 거친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경제관료는 대부분 현재 경제상황이 1997년 위기보다는 낫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돈의 흐름을 시시각각 관찰하는 임 위원장은 오히려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전에는 그래도 일관된 흐름이 있었어요. 외환위기 때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다 좋았고 금융위기 때는 모든 국가가 한목소리로 움직였어요. 지금은 변수가 많을 뿐 아니라 각국의 경제정책이 각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어느 해보다 많고 그런 여건이 리스크를 키우는 상황이에요. 이런 위험이 올해 중으로는 정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는 "종전에는 정해진 프로그램을 따르는 계기비행을 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움직이는 수동비행을 해야 할 때"라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국회가 행동을 같이해주는 게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그는 '착한 개혁'을 했다고 자평했다. 큰 틀에서 누구나 반대할 수 없는 모범답안만 실천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내내 '금융개혁의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올해 금융회사를 움직이는 '거친 개혁'이 끝나면 금융개혁을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착한 개혁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었고 이제 금융회사가 거친 개혁으로 화답할 차례라는 요구다. 그는 "금융개혁을 기업과 국민이 체감하려면 금융회사에 성과주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을 분명하게 차별하고 판매와 자문 분야는 업권 간 벽을 허물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 성과주의 도입은 금융위 내부에서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주제다. 은행 경영진이 할 일을 금융당국이 나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임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취임을 위해 강성 노조와 이면 합의를 하는 금융회사 경영진에 성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답변마다 '(농협금융)지주에 있어 보니'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는 호봉제의 폐해와 연봉제 전면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획일적인 호봉제로 인해 연수만 채우면 고임금을 받고 연공서열에 따라 성과평가를 하는 현실에서는 혁신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 사고를 내지 않는 게 우대받는다"면서 "이게 보신주의 영업으로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노조의 반발에 대해 임 위원장은 "성과주의는 궁극적으로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비단 임금구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며 "평가와 보상에 더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함께 접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바꾸겠다고 천명한 금융공기업과 달리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노사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단언하고 "그 과정에서 금융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해 금융회사 노조 관계자도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회사 종사자들에게는 조직의 발전을 통해 인정받는 금융인이 되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확신했다.
국민이 금융개혁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금융상품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을 때이기도 하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은행의 예적금 일변도인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다양한 금융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자산운용사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 개 그룹은 한 개 운용사만 갖도록 했던 원칙도 7년 만에 바뀐다.
국내 운용사들이 여러 유형 펀드를 한꺼번에 거느리면서 운용 전문성이 떨어져 투자자 이익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펀드 유형이나 스타일별로 자산운용사가 달라지는 것이다.
국민재산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가 지난해 말 도입된 만큼 거기에 담을 중위험·중수익 상품 개발도 시동을 건다. 손실제한형·목표수익형 등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상품이 나오도록 운용과 판매 및 광고규제를 낮춘다. 금융위는 1·4분기 안에 이 같은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청사진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산업 구조조정과 한계기업 정리의 주축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은 임 위원장이 구조조정 실무를 직접 맡았던 1980~1990년대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정부가 전권을 쥐고 은행을 흔들던 관치가 먹히지 않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지원에서 손을 떼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지난해 말 국회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안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도구마저 없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위기가 있으나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에 금융회사로 하여금 효율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의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수단이었다.
일단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끼리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맺어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는 반드시 협약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별로 대출금이 많거나 담보가 있는 기업은 살리고 싶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빠지고 싶을 텐데 A은행이 살리고 싶은 기업을 B은행이 지원하지 않으면 나중에 B은행이 살리고 싶은 기업을 A은행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기업에 소수 은행들이 대출하는 상황에서 모든 은행은 다른 은행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얘기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회사채시장이다. 임 위원장은 "회사채시장의 불안요인을 완화하고 발행과 거래·유통 등 구조개선을 통해 시장의 내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 시 담보의 종류를 넓히고 투자자 보호 방안을 확충할 계획이다.
회사채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AA 이상의 높은 신용등급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도 고민하고 있다. 등급 이외에도 가격과 리스크를 고루 고려하는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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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證 품은 미래에셋, 자본시장 도약 선도 역할 '증권업계의 삼성전자' 나올 수 있다는 희망 생겨 조민규기자 cmk25@sed.co.kr |
/정리=임세원기자 why@sed.co.kr
대담=이학인 증권부장leejk@sed.co.kr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