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에 이어 두산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한화에 선수를 뺏긴 탓에 자금확보에 아쉬움을 남겼다. 투자은행(IB)업계는 두산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한화에 뒤처지면서 KAI 지분 매각 과정에서 약 450억원을 손해 본 것으로 분석했다.
두산은 11일 자회사 디아이피홀딩스(DIP홀딩스)가 보유 중인 KAI 지분 4.99% 전량을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대상은 총 487만3,754주로 주당 매각금액은 약 6만2,500원, 총 매각가는 3,046억원이다. KAI의 지난 8일 종가(6만7,900원)에 8%가량 할인율이 적용됐다. 두산은 이번 블록딜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백스톱(매각 이후 잔여지분 인수)계약까지 체결해 전량 매각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한화가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과 빠른 의사결정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두산은 결과적으로 450억원 안팎의 손해를 입는 거래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한화테크윈은 지난 5일 전격적으로 KAI 지분에 대한 블록딜에 나서 7만1,000원 정도에서 3,490만주를 매각한 바 있다. 한화테크윈이 KAI 지분 매각 계획을 노출하지 않다 두산보다 먼저 시행해 주당 9,200원가량을 더 챙긴 셈이다. 두산 측은 "KAI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화그룹에 전략적 의사결정이 밀리면서 KAI 지분 매각으로 챙긴 자금이 450억원가량 줄었다.
KAI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3배가량 상승하며 10만원을 웃돌기도 했지만 5일 한화테크윈의 블록딜 이후 하락하고 있다. 이날 두산까지 지분을 매각하면서 KAI는 전 거래일보다 4.42% 하락한 6만4,900원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서만 15.6% 하락했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테크윈의 KAI 잔여 물량은 보호예수가 걸려 있고 산업은행은 지분매각을 당분간 보류할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오버행 이슈는 소진됐다"면서 "대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줄었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향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