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7.3% 내렸다. 일본 증시 역시 7% 떨어졌으며 국내 코스피의 경우도 2.2% 하락했다. 폭락세의 원인은 지난 4일과 7일에 연달아 조기 폐장된 중국 상하이 증시 때문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8일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증시 개입과 '서킷브레이커 제도'의 중단, 대주주 지분매각 제한 조치 등에 힘입어 1.97%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 보면 10% 급락한 상황이다.
결국 전 세계 증시는 중국 금융시장의 위축에 똑같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증시의 폭락 원인은 수급 악화, 경제지표 부진, 위안화 약세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수급 악화와 관련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7일 대주주가 자사주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전체 자사주의 1%를 초과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진정세를 보였다.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도 봐야 한다. 중국 차이신(Caixin)이 발표한 12월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0.2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05년 지표 발표 이래 사상 두 번째로 낮다. 이에 앞서 4일에 발표된 차이신의 12월 제조업 PMI도 48.2로 집계되며 업황 둔화를 시사했다. 다만 그동안 중국 경제가 위축 추세였기 때문에 이러한 지표 부진을 증시급락의 절대적인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위안화 약세와 외화유출 우려가 증시하락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7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일 대비 0.51% 상향 조정한 6.5646위안으로 발표했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2011년 이후 약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역외 환율(CHN)과 역내 환율(CNY) 간 괴리가 높아지며 자본유출 우려가 확대됐다. 위안화 약세는 기업의 달러 부채 상환부담 증가, 원자재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지난해 8월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 조치로 전 세계 시장이 충격을 받은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위안화 절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나 이번에는 역외시장 환율 상승에 맞춰 역내 환율을 조정한 것이라는 점은 다르다.
위안화 환율은 아직도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에 좌우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위안화 약세로 자금유출이 가속화하고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대되는 부정적 영향을 많이 신경 쓸 것이다. 빠른 위안화 절하는 중국 경제를 소비 위주로 전환하려는 정부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이어갈지라도 시장불안을 초래하는 급격한 절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국 경제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앞으로 1~2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중국은 내수시장을 키워야 하고 자본시장의 개혁과 개방도 발 빠르게 진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국내 투자자가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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