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재로 묶였던 원유대금 170억달러 들여와
대대적 경기부양으로 올 성장률 6%대 전망
차부품·화장품 등 중간재·소비재 모두 유망
中·印과 경쟁 치열… "고부가제품으로 승부를"
이란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시장이다. 지난 2010년 제3국의 이란 교역 금지를 요구한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 시행으로 지금껏 계속됐던 경제제재가 핵 협상 타결을 계기로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중동 붐을 노려볼 만하다. 최근 종교갈등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단절 등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올 초부터 예상됐던 경제제재 시점이 조금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란은 중동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중장기적으로 놓쳐서는 안 될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반도 크기의 7.5배인 국토에 인구도 8,000만명에 달하고 이 중 30대 이하 젊은이가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그만큼 시장의 성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과거 1970년대 건설 붐과 한류 등의 영향으로 현지 이미지가 좋아 시장 선점에 나설 경우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재현 KOTRA 테헤란무역관 과장은 "한국산 제품의 경우 전반적으로 유럽산 제품보다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잠재력이 큰 이란 시장을 수출 부진을 타개할 신시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최대 제조 강국, 중간재·소비재 시장 확대=미국의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우리도 2013년부터 이란 경제제재에 참여하면서 대이란 수출은 지난해 34억달러(11월 기준) 규모로 2012년(63억달러) 대비 크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중동 국가 가운데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 번째 수출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이란 경제의 비중이 만만찮다는 얘기다.
이란은 경제제재가 풀리면 먼저 세계 금융기관에 동결돼 있던 100억~170억달러 규모의 원유 수출대금을 들여올 수 있게 된다. 경제부흥 의지가 강한 이란 정부는 이 자금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막혀 있던 원유 수출길도 추가로 열리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IU에 따르면 지난해 2.3%였던 이란 경제성장률은 올해 6.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제재와 저유가로 현 경제상황이 최악인 만큼 반등만 남은 셈이다. 특히 이란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육박한다. 중동에서 꼽히는 제조 강국으로 자동차와 가전 등 웬만한 품목은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부품과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철강제품 등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심리 개선으로 냉장고·TV 등의 수요도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도 오는 2019년 3,100만명으로 제재 이전보다 두 배가량 늘 것으로 전망돼 휴대폰 등의 수출 잠재력도 크다.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TV와 셋톱박스 수요 증대도 기대된다. 세계 7위 화장품 수입국인 이란의 화장품 시장도 유망하다. 김상태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현재는 이란에 수출하는 경우 정부 산하 전략물자위원회에 교역 금지품목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한국은행에 수출액을 별도로 신고하는 등 관련 절차가 복잡한데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불필요한 규제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도 등 시장 선점해 경쟁 치열할 듯=중국과 인도는 이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탓이다. 중국만 해도 지난해 이란의 최대 수입국으로 올라섰고 인도는 8위에서 5위 수입국으로 뛰었다. 중국과 인도가 선전하는 사이 우리는 이란의 최대 수입국 3위에 줄곧 머물러 있는 상태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그간 정유·석유화학제품·조선·해운·항만·자동차 분야 등 산업 대부분을 교역 금지대상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이란에 재입성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는 독일과 일본 등도 이란 시장에 뛰어들 것이 확실하다. 경제제재가 단계적으로 풀려도 미 달러화 교역 금지는 당분간 유지되기 때문에 유로화로 교역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유럽 국가가 유리한 점도 있다. 홍정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장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며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제품과 화장품과 의료기기 등 신규 수출품을 발굴해야 수출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