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업계의 잠재적인 대장주로 꼽혀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대신 한국 증시 상장을 확정하면서 관련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CJ헬스케어·SK바이오팜 등 대형 바이오주들도 줄줄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초특급 대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가세해 힘을 보태면 바이오·제약주 열풍은 올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시가총액이 최대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롯데에 이어 예상 시총 10조원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내 증시에 입성하면 올해 공모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제약주에 '주마가편'=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에서 인기몰이를 이어온 바이오·제약주 열풍에 기름을 붓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셀트리온헬스케어과 CJ헬스케어·SK바이오팜 등 중대형 바이오주들의 상장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전체 바이오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제약주 시장은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사실 셀트리온을 제외하고는 대형주들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국내 바이오·제약주 시장의 판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일 기준 바이오·제약주들이 포함된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는 지난해 초 대비 두 배 넘게 뛰어올랐으며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같은 기간 90% 가까이 급등했다.
◇대어급 연쇄 상장에 공모시장도 후끈=시총 10조원을 넘나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경우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전체 공모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 2010년(10조908억원)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국내 증시의 전체 공모 규모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이 상장했던 2010년 수준에 버금가거나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몸집부터가 남다르다. 시총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는 호텔롯데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티브로드홀딩스·용평리조트·LS전선아시아·대림씨앤애스·해태제과·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 등 중대형급 기업의 상장이 잇따를 예정이다. 상장사는 많았지만 LIG넥스원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대형 IPO가 없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코스피 vs 코스닥, 어디로 갈까=남은 관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중 어느 곳을 최종 행선지로 택할지 여부다. 이미 지난해부터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본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모시기' 경쟁을 펼쳐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요건을 시총 2,000억원 이상, 직전 회계연도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완화해 지난해까지 적자를 이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코스피에 입성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코스닥본부도 이에 질세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코스닥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며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세일즈에 나서며 "셀트리온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오를 수 있는 상징성도 크다"고 삼성 측을 설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올 상반기 증시상황을 살펴본 후 그룹 최고 경영진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 최종 행선지를 확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상·박준석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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