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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 후보가 당선되면서 농협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8년 만에 교체되는 중앙회장에 처음 호남 출신이 오른데다 김 당선자 공약 또한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는 탓이다.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벌어진 이번 선거에서는 "바꿔보자"는 열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가 농민과 조합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았고 민선 회장도 4명 중 3명이 비리로 구속되면서 변화 욕구가 그만큼 컸다.
공약만 봐도 김 당선자는 다른 후보와 확연히 차별화된다. 특히 농협법 개정을 통한 농협 경제지주 폐지는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마저 나온다.
김 당선자는 "농협경제지주 때문에 지역 농협에 피해가 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2012년 '중앙회-2 지주회사' 체제로 정비하고 내년 1월 공식 출범을 앞둔 농협경제지주 폐지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농협 개혁 차원에서 추진한 구조 개혁을 '중앙회-금융지주'로 바꾸는 일이라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불가하다'고 밝혀 갈등 소지도 있다.
이외에 △상호금융의 독립 법인화 △조합원 자격기준 완화 △조합당 평균 100억원 무이자 지원 등도 눈에 띄는 공약들이다.
중앙회 개혁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대를 나와 NH무역·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 당선자로서는 선거 승리의 이면에 개혁 열망이 자리하는 점을 외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앙회장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문제는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중앙회장은 31개에 이르는 계열사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등을 통해 8만여명의 임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회가 각 조합에 지원하는 8조원 규모의 무이자 자금도 중앙회장의 든든한 뒷배로 꼽힌다. 총 7억2,000만원이나 되는 고연봉 역시 비상임 명예직인 회장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당선자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회장 역할에 대한 재조정과 내부 감사 조직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앙회장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중앙회 개혁은 또 한번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회장 선출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1,100여명이 넘는 전체 조합장 가운데 292명(중앙회장 포함)만 대의원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 간선제다. 그러다 보니 전체 조합의 의사 반영이 어렵고 대의원 숫자도 적어 표 매수 위험성이 커졌다. 김 당선자가 직선제 환원을 공약한 만큼 관련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참에 1차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로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도 개선책을 찾아봐야 한다. 결선 후보에 들지 못한 후보 간 합종연횡이나 담합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금품이나 자리 약속 등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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