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외환위기 여진이 이어진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은 청년실업이다. 올해부터 대기업·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정년연장이 시행되면서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97만6,000명으로 2014년보다 4.2%(3만9,000명) 증가했다. 통계가 바뀐 2000년(97만9,000명)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다. 실업률은 3.6%로 2010년(3.7%)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취업자 수도 33만7,000명(1.3%) 늘어나는 데 그친 2,593만6,000명을 나타냈다. 전년도에 53만3,000명 늘어난 데서 크게 둔화한 것으로 2010년(32만3,000명) 이후 가장 낮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014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큰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고용률은 소폭 호전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2017년 고용률 70% 로드맵'에는 못 미쳤다. 정부는 2015년 고용률 66.9%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0.4%포인트 오른 65.7%(15~64세·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를 기록해 1.2%포인트 못 미쳤다. 3년 연속 달성 실패다.
청년 고용시장은 더 걱정이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자는 40만명(39만7,000명)에 육박했다. 2004년(41만2,000명)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어렵게 취업한 청년들은 고용의 '질'도 좋지 않았다.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미생(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통계청의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첫 직장을 잡은 청년층 400만명 가운데 20.3%(81만2,000명)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국회에서 통과된 '정년 60세 연장법' 시행으로 청년 취업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는 직원 300명 이상, 내년은 전 기업이 정년을 60세로 연장해야 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정부는 공공기관만이라도 앞장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압박하고 여러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60세 정년이 시행되면 앞으로 2~3년간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고용 동향은 악화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고용 부문 BSI는 99포인트로 기준치인 100포인트를 밑돌았다. 국내 51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으로 100포인트 밑돌면 부정적 응답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2월 235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지난해 수준으로 고용하겠다'는 기업이 48.7%로 가장 많고 '축소'가 34.1%로 뒤를 이었다.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17.3%에 불과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들 사이에서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고용을 축소할 요인으로 올해 고용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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