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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면서 국내 증시에서 '오일머니 엑소더스'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노르웨이·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30조6,9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고점이던 지난 2014년 7월(41조3,410억원)에 비해 25.7%(10조6,430억원)나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460조3,070억원에서 430조1,600억원으로 6.5% 감소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오일머니의 이탈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최대 산유국 중 한 곳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같은 기간 국내 주식 보유액이 32%나 급감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국내 증시에서 각각 국가별 외국인 순매도 1·2위를 기록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12월에 이어 최근까지도 매도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3개 산유국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주식 보유액은 30조원을 밑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해외주식에 투자됐던 오일머니가 산유국의 재정악화로 급격히 회수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산유국의 투자비중이 높은 시장이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자금 유출 강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산유국들의 해외 투자금 회수는 최근 중국발 쇼크와 북한 핵실험, 기업실적 둔화 등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외국인 수급에도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6일 한국항공우주의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에 따른 매수물량을 제외하면 지난해 12월2일부터 이날까지 28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역대 세 번째로 긴 외국인의 순매도 연속 기록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 4조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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