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인류의 이상이자 꿈이죠. 휴머노이드는 모든 로봇 가운데 가장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분야입니다. 당장 상용화할 수 없다 해도 장기적인 계획을 토대로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여준구(58·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연구개발의 의의와 투자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먼 미래에 사람이 하기 힘든 일들을 대체해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장의 쓰임새만 보고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였다.
여 소장은 "최근까지는 휴머노이드가 투자 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세계 각국이 정부 차원의 투자는 많이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제 역할을 할 만한 휴머노이드 하나가 없었다는 이유로 여러 나라가 다시 관심을 높이고 있고 '다르파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DRC)' 등을 통해 대중 홍보도 많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우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는 연구자는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한 명밖에 없을 것"이라며 "휴머노이드는 단기적인 이익을 바라면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 소장은 무엇보다 한국이 단기간에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은 만큼 앞으로의 휴머노이드 분야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전체적인 시스템 기술과 원천기술에서 미국·일본 등과 톱 3를 이루는 만큼 꾸준한 투자로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여 소장은 "한국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2004~2005년께인데 고작 10년이 지난 지금 원천기술로도 최소 톱 3 안에 드는데다 지난해 오 교수가 DRC에서 우승하면서 사실상 시스템 기술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은 짧은 시간 안에 적은 돈으로도 세계 선두권에 오른 만큼 현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소장은 다만 현재의 기술력에 비춰볼 때 시장의 수요가 있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계적으로는 발가락과 발바닥 근육으로 무게중심을 잡는 사람과 달리 평평하고 큰 발바닥만 장착한 휴머노이드의 보행 안정성이 떨어지는데다 자율적으로 움직일 정도의 인공지능(AI) 기술도 개발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여 소장은 "지금의 휴머노이드는 당장 쓰기에는 험한 길을 잘 걷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번 쓰러졌다 일어나기도 쉽지 않다"며 "게다가 현재 원격조종은 가능하지만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AI 기술까지 갖추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휴머노이드가 미래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주로 대체할 것"이라며 "조선소가 자동화될 때 노동자들과 잡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용접 공정 조종 등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듯 휴머노이드도 직업을 뺏는다기보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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