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장부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20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추가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공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8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공매도 비중은 6.91%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공매도 비중인 2.36%보다 4.55%포인트나 높다.
공매도는 대개 주가가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후 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사 공매도분을 상환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신현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상태"라며 "올해 1·4~2·4분기 실적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해 단기간 실적이 크게 반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이 매도를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날 대비 0.87%(1만원) 떨어진 11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0월7일부터 줄곧 120만원을 웃돌았지만 지난 6일 120만원대가 무너진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가 삼성전자의 PBR 1배 수준의 주가를 120만원으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삼성전자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의 '셀 삼성전자' 행진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총 4,832억원 팔아치워 매도순위 1위에 올렸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에도 삼성전자를 1조2,935억원 순매도해 매도순위 1위에 올렸었다. 지난해 외국인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은 총 4조1,779억원으로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총 순매도 규모인 3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순히 4·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면 잠정실적이 발표된 후 매도가 멈췄어야 하는데 현재 흐름은 그렇지 않다"며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에도 매도가 계속되는 것은 실적부진 탓이 아니라 성장성과 펀더멘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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