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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부터 불어닥친 중국발 쇼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가운데도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신흥국에 비해 탄탄한 외환보유액과 국가 신용도, 기업 실적 개선세 등 국가 경제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최근 수년간 장기 박스권에 갇힌 채 글로벌 증시의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85%(16.27포인트) 내린 1,900.01을 기록했다. 오전 한때 중국 증시 하락 등의 영향으로 1,880선 근처까지 지수가 밀렸지만 오후 들어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줄였고 1,900선을 지켜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닥지수의 하락 폭은 3.13%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각각 15,02%, 9.4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브라질(-10.16%), 러시아(-8.37%), 인도(-4.84%) 등 주요 신흥국 증시는 물론 미국 다우존스지수(-7.31%)와 유럽의 유로스톡스50(-5.95%) 등 선진국지수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기록이다.
새해 들어 중국 증시 폭락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의 시가총액이 일주일 새 무려 4조1,963억달러(약 5,033조원)나 사라질 정도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직격탄을 맞는 와중에도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던 첫 번째 요인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G2(주요2개국, 미국·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반면 한국은 경상수지의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 초반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국내 기업의 실적이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처럼 매분기 적은 폭이라도 꾸준히 이익 증가세를 이어가는 국가는 신흥국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은 다른 해외 증시와 비교해 차별화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증시의 상대적 선전이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국내 증시가 소외됐던 만큼 글로벌 증시의 급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2.39% 오르는 데 그치며 5년째 박스권 장세를 이어간 반면 같은 기간 중국(9.41%), 일본(9.07%), 유로스톡스50(3.85%) 등은 모두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지난해 사상 최고점까지 오른 뒤 최근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급락했지만 코스피는 지난해 크게 오르지 못해 수치상으로는 하락 폭이 크지 않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하락 폭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지수가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하락장에서의 충격도 그만큼 덜하다"며 "즉 먹은 게 별로 없으니 토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수출기업의 환 손실과 실적 감소 등이 현실화될 경우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이 코스피의 하방 지지선으로 제시하고 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의 1,900선이 뚫릴 경우 증시에 끼칠 파급효과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내재가치 등을 감안한 하방 지지선인 1,880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과민반응이 확산되면서 큰 충격으로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제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에 따른 신흥국 부도 위기와 기업 재무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밀려날 수 있는 만큼 단기매매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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