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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업을 넘어 글로벌 1위 제약사로

바이오 사업 본격 시동 걸었다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6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 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삼성은 반도체·전자 분야를 이어갈 새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삼성바이오로직스 기공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으로 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15년 12월 21일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 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제3공장은 연간 18만 리터에 달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단일 공장으론 세계 최대 수준이다. 2017년까지 건설을 마무리 짓고 생산 설비의 적절성 등을 검증하는 ‘밸리데이션’ 작업 등을 거쳐 2018년 4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미 가동 중인 제1공장(3만 리터)과 2016년 1분기 가동 예정인 제2공장(15만 리터)에 더해 제3공장까지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36만 리터로 늘어난다. 현재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와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은 각각 연간 26만 리터, 24만 리터 규모를 생산할 수 있다. 약 3년 후가 되면 생산 능력만으로 따졌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제3공장 투자를 조기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건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3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매출 2조 원 돌파와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바이오 사업의 두 축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 사업을 낙점했다. 기존 반도체·전자 분야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삼성의 주요 사업군인 TV,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그때부터 바이오 사업으로 발 빠르게 눈길을 돌렸다. 의학 기술과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향후 바이오 사업 전망이 밝다는 건 대부분이 동의하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 전망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기업인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의약품 전체 시장 7,175억 달러(약 830조 5,000억 원) 가운데 22%인 1,650억 달러(약 190조 9,875억 원)를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벨류에이트파마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연평균 8.4% 성장해 2020년에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27%인 2,910억 달러(약 336조 8,325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그렇게 5년의 숙성을 거쳐 지금 조금씩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두 축을 이뤄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시밀러의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이 최대주주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90.3%)와 미국 바이오젠(9.7%)의 합작법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출발이 늦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초 첫 수확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바이오 시밀러 제품 ‘SB4(상품명 베네팔리·류마티즘 관절염 치료제)’는 2015년 11월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 위원회로부터 승인권고를 받아 사실상 유럽수출 길을 열었다. 앞으로 베네팔리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16년 초 안에 최종허가를 받게 된다. 그럴 경우 미국 바이오업체 ‘바이오젠’이 판매를 맡아 유럽 31개국에 제품을 팔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 다른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 시밀러(SB2)에 대해서도 유럽 판매 허가를 신청하고 최종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밖에도 삼성의 바이오 무기는 또 있다. 또 다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와 유방암치료제 허셉틴, 인슐린 제제 란투스에 대한 바이오 시밀러도 임상3상을 진행 중이거나 이미 완료해 2016년쯤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들 오리지널 제품의 세계 시장규모는 40조 원을 상회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2025년 매출 2조 원, 영업이익률 1조 2,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제품 개발에만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2016년 상반기쯤에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자금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시밀러 산업 전망이 매우 긍정적인 데 비해 투자할 만한 회사는 극소수”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하면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김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나스닥 상장 초기 시가총액을 8조~10조 원으로 예상하지만, 중장기적으론 50조~100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성공 신화 옮긴다

바이오 신약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50%대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 시밀러는 40% 안팎이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복병이 없는건 아니다. 바이오 사업의 성공은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지만, 실패를 거치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가 견제에 나서 제품 가격을 대폭 내리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삼성은 반도체에서 갈고 닦은 제조 노하우를 바이오 사업에 옮겨 심어 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펼칠 생각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며 1위로 도약한 노하우를 바이오 사업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진입장벽이 높다. 사업모델도 비슷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 하는 곳이다. 반도체 생산을 주문 받아 공급하는 파운드리와 같은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은 모두 대규모 수주 여부가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장기 생산물량을 조기에 확보해 사업을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관건이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삼성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삼성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의약품 생산 사업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시밀러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잘 맞아 떨어졌다. 첫 바이오 시밀러가 유럽수출 길을 열었고,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 규모도 세계 최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삼성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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