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차량 리콜을 제때 시행하지 않은 혐의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가운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이중적 지배구조를 두고 뒷말이 많다. 타머 사장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대표한다지만 대표이사는커녕 등기임원에도 올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경영 의사결정은 본사에서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집행하는 수준인데 실제 대표이사는 이번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19일 아우디폭스바겐에 따르면 현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이사회는 대표이사 테렌스 브라이스 존슨을 포함해 기타비상무이사 4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폭스바겐의 한 관계자는 "타머 사장은 한국 아우디폭스바겐의 대표이면서 아우디코리아를 대표한다"면서도 "정확히는 대표라기보다 사장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현 대표이사인 테렌스 브라이스 존슨은 우리나라 시장을 총괄하는 본사 임원이다. 지난해 2월부터 한국법인을 맡아왔다.
반면 당국의 철퇴를 맞게 된 타머 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닌 집행임원이다.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타머 사장이 실질적인 업무를 도맡아 한다"고 밝혔지만 회사 경영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이사회 구성원에서는 빠져 있다. 존슨 대표 이전에는 역시 본사에 있는 안드레 콘스브룩이 10년간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폭스바겐의 이중적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총괄이 대표이사를 하지 못하니 집행임원은 검찰에 고발되고 대표이사는 빠지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독일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현 디미트리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법인 대표이고 BMW도 김효준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한국인을 포함해 현지 경영진을 잘 믿지 못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 2013년 박동훈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난 후 우리나라 임원들이 줄줄이 퇴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업무를 누가 했느냐와 실효성 등을 따져 타머 사장을 고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표이사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폭스바겐의 이상한 지배구조가 이번 기회에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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