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시장이 새해 들어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외부 환경이 동시에 개선되지 않는데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수급 여건도 정말 좋지 않다.
우선 대외적인 환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중국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퍼지면서 위안화 약세 흐름이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포인트선을 밑돌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와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만큼 주가지수가 잠시 반등을 해도 긍정적인 의미 부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안화의 약세 흐름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물론 원화 약세 현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위안화의 약세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한국의 수출 대상국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수출 경쟁국이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외부요인은 국제유가 하락이 촉발한 '중동발 악재'다.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이란은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리자마자 억눌려 있던 석유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국제 원유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것이다. 여러모로 국제유가의 하락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장기화할수록 중동을 포함한 산유국의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중동의 주식 시장은 최근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원유를 모두 수입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긍정적인 소식일 수 있다. 문제는 원유를 가공한 석유화학 제품 등을 수출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팔 수 없게 된다면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보다 부각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살펴봐도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 경기 역시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거래일수로 31일 연속(1월18일 기준)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고 순매도 금액도 5조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 기관이 매수 우위로 시장에 참여한다고 해도 하락 폭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결국 주식 시장이 제대로 반등하려면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내 주식 시장은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 외에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는 잘 버텨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급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시장 환경의 본질을 면밀히 점검해 보면서 변화에 대비하는 전략이 가장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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