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8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됐다.
KDB대우증권은 19일 "한국이 MSCI 신흥지수에서 MSCI 선진지수로 옮겨갈 경우 패시브(지수를 추종하는 전략 구사) 펀드 자금 8조2,000억원이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당국은 올해 한국의 MSCI선진지수 편입을 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선진지수에 편입되려면 원화 환전성 개선, 주식 시세 활용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하는데 MSCI 선진지수의 한국 편입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편입까지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성 대우증권 연구원은 "오는 6월 연례 국가 리뷰에서 선진시장 편입 후보국으로 한국이 등재된다고 가정할 때 2018년 5월부터 비로소 편입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SCI 지수 변경으로 8조2,000억원의 투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본 것은 과거 뱅가드 펀드가 벤치마크를 MSCI에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로 변경하면서 국내 주식을 매도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수 변경으로 신흥지수 추종 패시브 자금은 277억달러 이탈하고 선진지수 추종 패시브 자금은 180억달러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탈 자금 97억달러에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면 약 12조원이 된다. 이 금액에서 중국A주의 신흥지수 편입으로 이탈할 것으로 추정되는 3조8,000억원을 제외하면 순이탈 자금은 8조2,000억원이 된다. 한국이 선진지수에 편입되기 전 중국 A주가 신흥지수에 편입된다면 한국 투자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편 선진지수 편입으로 한국 증시가 재평가받을 경우 금융시장 안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자금이탈이 이머징시장에서 집중되면서 같은 시장에 속한 한국도 피해를 입었다"면서 "한국이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매매 패턴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환율 변동성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