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제네시스 'EQ900'가 고객에게 먼저 출고될 수 있도록 자신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의 업무용 차량 교체 시점을 늦추라고 지시했다. 신차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작 정 회장은 기존 '에쿠스'와 제네시스 'G380' 차량을 이용하면서 '고객 우선'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EQ900'는 현재 1만3,000대가량 주문이 밀려 있다. 지난 18일까지 1만6,000여대가 계약됐지만 'EQ900'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의 생산능력 한계로 지난해 12월 530대밖에 차량이 출고되지 못했다. 이달 역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 회장이 "고객에게 먼저 인도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정 회장을 비롯한 부회장단과 임원들은 신형 'EQ900'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객에게 넘겨줄 차량도 없는데 우리가 먼저 탈 수 없다"는 의식이 회사 전체에 펴져 있다. 실제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주변에서 EQ900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임원들은 공급부족 사태가 해갈되기 전까지 업무용 차량을 교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지금 계약을 하더라도 올 하반기에나 차량 출고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돌면서 영업 현장에서는 차량을 빨리 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戰)도 펼쳐지고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 사이에서 EQ900을 빨리 받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원칙대로 차량을 출고하고 있지만 워낙 조기 출고를 부탁하는 VIP 고객이 많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8일부터 EQ900의 생산량을 연간 1만6,000대에서 3만2,000대로 2배가량 증산하는 데 합의했다. 현대차는 이번 노사합의로 물량 부족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EQ900 고객 인도 기간을 줄이기 위해 노사가 합의했다"며 "노사가 함께 최고 품질의 차량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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