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재직 중인 이현석(32) 씨에게 최근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살고 있는 집을 꾸미는 것. 음악을 좋아하는 이 씨는 퇴근 후 온라인으로 오디오 세트를 주문했다. 파스텔 톤 계열의 벽지에 맞춰 하얀색 제품을 골랐다. 이 씨는 "예전에는 음향의 질을 따졌는데, 요새는 디자인 요소를 더 신경 쓰게 된다"며 "색감과 디자인을 고려해 가전, 가구를 집에 놓으니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므네상스(Menaissance)'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남성(Male)과 르네상스(Renaissance)를 합친 신조어로 30대 남성이 소비 주체로 떠오르며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에 외모나 패션에 집중돼 있던 이들의 소비성향은 독신 가구가 증가하면서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오디오나 수납장 등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음향기기 전문 기업 야마하 뮤직코리아의 오디오 LSX-70(사진)과 LSX-170 모델은 조명 기능을 탑재해 인기다. 전등을 모두 끄고 오디오만 켜도 은은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탁월한 디자인을 인정 받아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상까지 거머쥐었다. 야마하뮤직코리아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고객 대부분이 제품을 고를 때 기능에만 집중했는데 최근에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넥타이와 벨트, 향수 등을 동시에 놓을 수 있는 수납장도 인기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용 옷장이나 수납장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요즘은 남성용 옷장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주방용품과 가전 등 생활용품의 매출 추이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매년 남성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소비층의 매출은 생활용품 모든 분야에서 30%를 넘어섰고 지난해 홈 인테리어 부문에서는 52%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절반을 넘었다. 제일기획이 실시한 인테리어 관련 검색어 조사에서도 남성의 검색량(1만5,295건)이 여성(1만5,229건)보다 높게 나타나 남성층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보여줬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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