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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형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가 21일 한국 철수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조만간 은행과 증권(바클레이스캐피탈) 서울지점이 보유한 10조원 이상의 자산 처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바클레이스은행 서울지점의 총 자산은 10조4,559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및 일부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외환·이자율 파생상품 거래 자산이다. 바클레이스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 자산을 다른 금융기관에게 넘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최소 2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은행 서울지점은 보유 자산이 줄어드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직원 수나 사무실 규모도 점차 줄여나갈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금융당국에 은행업 인가를 반납하는 시기는 오는 2018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주식 중개 업무를 수행한 바클레이스캐피탈의 경우 자산·부채 규모가 은행보다 크게 낮은 1,066억원 규모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철수 작업이 수월한 편이다. 고객에게 영업 중지 사실을 안내하고 사무실 등 고정자산만 정리하면 연내 증권업 인가를 반납하고 완전히 한국 시장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 바클레이스 본사는 일본·홍콩·싱가포르·인도 등 4개국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 지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바클레이스의 정리 작업은 은행 지점장을 맡고 있는 김효태·김정은·고준흠 공동대표와 황테드규·고명섭·김지호 바클레이스캐피탈 공동대표가 맡게 된다. 문제는 소속 직원의 반발이다. 바클레이스는 철수 발표 직후 일부 직원들에게 사실상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과 증권을 합쳐 바클레이스 서울지점의 전체 임직원은 103명이다. 일부 직원은 한국 사업 철수 방침이 전해지자 즉각 노조를 결성하기도 했다. 앞으로 바클레이스 본사 쪽과 위로금 규모와 구조조정 시점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바클레이스 측은 직원 개개인과 면담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동요하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이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어 바클레이스의 서울 철수가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바클레이스의 철수 결정 소식에 따라 본사 차원에서 한국 금융 시장 전반을 점검하게 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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