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문을 연 경기도 일산 '이마트타운'은 불황 무풍지대로 통한다. 일반 대형마트 2.5배 크기의 마트뿐 아니라 가전·리빙·외식·레저 매장을 한데 모은 이곳은 개점 전부터 주차장 입구에 차량이 줄지어 서는 국내 유일의 마트라 할 만하다. 인기 맛집은 북적이고 드론·로봇 매장에는 남성들이 운집해 볼거리를 찾아온 연인과 유아체험장을 방문한 젊은 부부 등 쇼핑을 넘어 전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미래형 체험매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비절벽'에서 벗어나 내수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기둥인 유통산업의 판을 키우고 선진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조선·철강·유화 등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반도체·휴대폰·자동차 등의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한 축인 내수라도 지키려면 영업규제와 글로벌 업체의 공세에 시달리는 유통업계의 구조를 재정비하고 체질을 개선해 투자·고용·소비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요즘 같은 불황기에 유통업계는 내수시장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형업체는 물론 규모가 작은 소셜커머스 쿠팡까지도 조 단위 투자에 여념이 없다. 올해 오픈 예정인 신세계 하남과 동대구 복합쇼핑몰의 경우 각 1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등은 선진배송 시스템을 위해 앞다퉈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막대한 투자는 당연히 대규모 고용과 직결된다. 롯데와 신세계의 지난해 신규고용 인원은 1만5,000명 내외로 주요 수출업체를 압도했다. 쿠팡은 내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배송 관련 인력 4만명을 채용하기로 해 청년 고용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의 인식은 딴판이다. 이들은 상생이라는 미명하에 유통업을 규제의 올가미로 꽁꽁 묶고 업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대형 유통업체의 초대형 매장 설립 제한 법안'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부지기수다. 이 같은 규제 일변도의 인식 때문에 최근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따른 소비감소가 연간 2조원대에 달하는 등 오히려 영세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유발한다는 내용의 학회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안승호 한국유통학회장은 "유통 선진화와 대형화는 필수불가결한 관계"라며 "내수회복의 불을 지피려면 대형업체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의 족쇄를 풀고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김민정기자 heew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