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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4% 이상 급락하자 A씨는 다음날 지난해 5월 2,000만원을 투자한 주가연계증권(ELS) 환매 상담을 하기 위해 판매했던 은행 지점을 찾았다. 하지만 상담 창구에서 30분간 설명을 들은 그는 환매를 포기했다. 중도 환매에 따른 손실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날 H지수가 3% 이상 오르자 A씨는 한시름을 놓았지만 언제 또다시 지수가 급락해 자신이 가입한 ELS가 녹인(원금손실)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투자자들이 중도 환매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녹인 구간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H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시점에서 손을 털 것인지 만기까지 지수 반등을 기다릴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각 증권사와 은행의 상담 창구에 ELS 중도 환매 등 손실 여부를 묻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환매 요청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 등을 보고 ELS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문의하는 전화는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녹인 진입을 앞둔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ELS의 구조상 기초자산가격이 녹인에 접어들면 조기 상환 기회가 사라지는 등 원금 보전 가능성이 극히 적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도 환매로 현재 수준에서 더 이상의 손실을 막든지 아니면 만기까지 지수가 다시 상승하기를 기다려 손실을 줄이는 것이 나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중도 환매를 할 경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손실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ELS는 중도 환매를 할 경우 투자원금의 5%(6개월 내 환매는 10%)를 우선 제하고 현시점의 평가금액과 환매 수수료율을 적용해 정해진다. 예컨대 1,000만원을 투자한 뒤 기초자산가격의 하락으로 현시점의 평가가격이 800만원, 환매수수료율이 5%라면 실제로 중도 환매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원금은 755만원에 불과하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급하게 중도 환매하기보다 중국 경제와 H지수의 방향성과 환매가격의 움직임을 고려해 최적의 시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22일 H지수는 반등에 성공해 다시 8,100포인트 선까지 회복된 것을 고려하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H지수의 급락을 경험한 만큼 앞으로 ELS에 투자할 경우에는 좀 더 안정성이 강화된 상품 위주로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녹인을 기초자산가격의 40% 선으로 크게 낮춘 저녹인 ELS나 아예 녹인이 설정되지 않은 노녹인(No Knock-In)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지난해 이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증권사들도 안정성이 강화된 ELS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미상환 H지수 ELS 가운데 녹인이 없거나 기초자산가격의 50% 미만인 저녹인 상품은 전체(5,426개)의 2,387개로 43.9%를 차지한다. 아울러 기초자산가격이 3개인 '3스타' ELS보다는 기초자산이 2개인 ELS 등으로 눈을 돌릴 필요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최고운영자(CEO)는 "ELS와 같이 만기가 있는 금융상품은 원금 회복 기회가 적어 상당히 위험한 상품에 속한다"며 "현재 H지수가 급락해 신규 투자에 대한 매력은 있지만 가능하면 녹인이 낮거나 없는 ELS, 기초자산 개수가 적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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