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일제히 소주값을 인상하면서 '소주값 4,000원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소주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어 소주업체들만 반사이익을 누리고 서민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을 전후해 시중 음식점과 주점이 메뉴판에 적힌 소주가격을 예년보다 1,000원 오른 4,000원으로 앞다퉈 바꾸고 있다. 종전 4,000원에 소주를 팔던 가게는 아예 5,000원으로 올리는 바람에 계산대 앞에서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출고가는 5% 안팎 올랐지만 정작 소주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음식점과 주점의 판매가는 33%나 인상된 것이다. 서울 명동의 한 식당 관계자는 "공급받는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4,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며 "항의하는 손님이 있긴 하지만 소주를 찾는 고객이 크게 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주업체의 출고가 인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계의 논란거리였던 정부의 빈병 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인상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다. 주요 소주업체가 회원사인 한국주류산업협회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오르면 소주업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소주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정작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무학 등 업체들은 원가상승을 이유로 연달아 출고가를 인상했고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안을 내년 초로 잠정 연기했다.
이 때문에 소주값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소주업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주값 인상 계획을 미리 입수한 주류도매상들이 지난해 말부터 사재기에 나서면서 소주업체의 매출이 일찌감치 증가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국내 소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소주값 인상에도 별다른 타격 없이 소주 판매량이 비슷하다는 것도 소주업계에는 호재다. 과거 두자릿수로 출고가를 인상했을 때는 일시적이나마 매출이 급감했지만 경기불황으로 '서민 술'인 소주를 찾는 소비자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소주업계의 영업이익이 출고가 인상으로만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을 전후해 시중 음식점과 주점이 메뉴판에 적힌 소주가격을 예년보다 1,000원 오른 4,000원으로 앞다퉈 바꾸고 있다. 종전 4,000원에 소주를 팔던 가게는 아예 5,000원으로 올리는 바람에 계산대 앞에서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출고가는 5% 안팎 올랐지만 정작 소주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음식점과 주점의 판매가는 33%나 인상된 것이다. 서울 명동의 한 식당 관계자는 "공급받는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4,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며 "항의하는 손님이 있긴 하지만 소주를 찾는 고객이 크게 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주업체의 출고가 인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계의 논란거리였던 정부의 빈병 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인상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다. 주요 소주업체가 회원사인 한국주류산업협회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오르면 소주업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소주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정작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무학 등 업체들은 원가상승을 이유로 연달아 출고가를 인상했고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안을 내년 초로 잠정 연기했다.
이 때문에 소주값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소주업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주값 인상 계획을 미리 입수한 주류도매상들이 지난해 말부터 사재기에 나서면서 소주업체의 매출이 일찌감치 증가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국내 소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소주값 인상에도 별다른 타격 없이 소주 판매량이 비슷하다는 것도 소주업계에는 호재다. 과거 두자릿수로 출고가를 인상했을 때는 일시적이나마 매출이 급감했지만 경기불황으로 '서민 술'인 소주를 찾는 소비자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소주업계의 영업이익이 출고가 인상으로만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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