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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 살아야 내수가 산다] "쇼핑하려고 한국온다" 72%… 관광산업 첨병 맡은 유통업

면세점·백화점 명품관 단순한 판매채널 넘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화장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만2,0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방문을 선택하게 된 요인으로 '쇼핑(72.3%·중복응답)'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유통이 '관광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서울 을지로 백화점 일대에서 묵직한 쇼핑가방을 양손에 가득 들고 있는 수많은 유커들만 봐도 한국 방문의 최대 목적이 무엇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들 중 분기별로 한국을 찾아 쇼핑에 나서는 VVIP 유커도 상당수다. 이들은 신상품이 나오는 때에 맞춰 한 번씩 백화점 명품관을 찾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내지른다. 웬만한 국내 초우량고객을 뛰어넘는 통 큰 씀씀이만큼 국내 유통·관광 업계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뜨겁다.

유통 업계는 국내 소비자를 넘어 해외 소비자들에게 '쇼핑+α'를 건네기 위해 갖가지 볼거리와 체험 기회를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제2의 내수시장'이 된 중국 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해 유명 중국인 블로거들을 초청하거나 '웨딩투어'를 체험하게 하는 등 관광객 몰이에 적극적이다.

면세점도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그 자체가 관광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독자적 관광 명소로 자리 잡으며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만큼 공항 면세점보다 시내 면세점이 활발한 나라는 많지 않지만 독특한 국내 유통 시장의 한 축으로 부상하며 해외에서도 마케팅과 서비스 등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유통과 연계한 국내 관광 활성화를 강조한다. 신규 면세점인 HDC신라면세점은 한강·이태원·국립중앙박물관·전자상가 등과 연계해 면세점 자체를 '용산 관광특구'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철도망도 적극 활용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한국 곳곳을 관광도시로 재발견할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서울의 동맥인 한강과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여의도의 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여의도를 신흥 관광·쇼핑 명소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김포·인천공항에서 가까운 이점도 활용, 쇼핑과 관광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투어'로 단체관광객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중국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여행사 200여개와 고객 유치 제휴계약도 체결했다. 올해 오픈할 신세계면세점도 남대문 및 남산과 연계된 관광 활성화를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유통 업체들은 우리만의 독창적 유통공간·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통해 관련 인프라를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유커를 포함해 글로벌 관광객의 쇼핑 수준이 높아진 점을 반영해 살거리·볼거리·즐길거리 등 갖가지 요소를 융합해 '관광 한국'의 위상을 주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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