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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PDA용 게임 개발사 창업… NHN에 인수되면서 대박
'뮤 오리진' 국내 넘어 中서 돌풍… 지난해 영업익 425% 껑충
"셧다운제 등 규제위주 행정 땐 해외업체에 주도권 뺏길 것"
시골(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20대에 PDA용 게임회사를 창업했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인수돼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40대에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키워 개발자이자 경영자로서 국내 상장주식 100대 부호에 들었다. 김병관(43·사진) 웹젠 이사회 의장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게임업계에서만 15년째 경험을 쌓아온 그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게임업계 출신 최초의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까지 추가하게 됐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더민주 정책위의장실에서 만난 김 의장은 정부가 펼쳐온 기존의 게임 정책이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며 정치권에서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의장이 최대주주인 웹젠은 중견 게임사로 모바일게임 '뮤 오리진'이 국내를 넘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웹젠은 지난해 매출이 2,422억원, 영업이익이 7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425% 상승했다.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웹젠 주식 943만5,000주(26.72%)는 약 2,230억원에 달한다.
그는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개발 작업에서 한발 물러나서 주요 의사결정에만 참여하고 있지만 2010년부터 2년간 웹젠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웹젠을 반석에 세운 토대를 마련했다.
"저는 국내 게임사에서 1.5세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온 분들이 주로 1980년대 후반 학번이라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세대는 98학번, 99학번 등 1990년대 후반 학번들이 많아요. 전 91학번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하는 '낀 세대'죠."
실제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보여온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각각 서울대 85학번, 86학번 선배다.
1.5세대인 그가 처음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 시절 현재 국내 최고의 게임회사인 넥슨에 합류해 기업들의 홈페이지 구축 등을 하는 웹에이전시 사업에 참여했을 때다. 하지만 당시는 게임 사업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고 KAIST 산업공학 석사를 딴 뒤 PC·스마트폰이 아닌 PDA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과 인연을 맺었다. 정보기술(IT) 벤처 붐이 절정에 달하던 2000년 PDA에 탑재되는 뉴스 앱, 채팅 앱, 게임 앱 등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창업한 것이다. 당시 김 의장은 인쇄회로기판을 설계하는 중소기업과 온라인으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출력해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 회사 등의 경험도 쌓은 상태였다.
IT 관련 회사를 잇따라 다니면서 개발의 중요성을 느낀 그는 솔루션홀딩스를 창업하며 개발자들로 다 채웠다. 이 점이 2003년 솔루션홀딩스가 NHN에 인수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당시 NHN은 한게임이 사용자가 많이 몰리면서 원활한 게임 운영을 다룰 개발자들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솔루션홀딩스는 전부 개발자들로 구성돼 있어 김범수 당시 NHN 대표가 인수를 제안했습니다. 5,000만원으로 만든 회사가 64억원에 인수되면서 128배의 벤처 대박 신화로 불리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NHN에서 개발에 대한 그의 신념과 열정은 이어졌다. 김 의장은 NHN 게임사업본부장부터 게임개발 자회사인 NHN게임즈의 게임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게임 개발 작업을 맡았다. 당시 NHN게임즈는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아크로드'에 1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성과가 안 나오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었다. 게임 개발 자금줄이 말라가던 때 김 의장은 사재를 털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인수, 개발비를 충당했다. 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 결과 온라인 게임 'R2'가 출시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다.
웹젠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김 의장은 2008년 웹젠을 인수해 2년 뒤 NHN게임즈와 웹젠을 통합했다. 통합 후 가장 먼저 한 것도 개발자 확보였다. 그는 "당시 웹젠은 온라인 게임 '뮤 온라인'을 개발했지만 투자를 안 해 이용자 수가 줄고 있었다"면서 "하인즈 케첩이 수십년간 맛을 약간씩 달리하며 제품을 만들 듯 게임도 계속 서비스하면서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발인력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웹젠은 중국 개발사 천마시공과 제휴과 맺고 '뮤 온라인'의 스토리·캐릭터 등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중국에서 모바일 게임 '전민기적'으로 재탄생시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외부에서는 로또 맞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뮤 온라인으로 중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 출시하려고 많은 준비를 해왔었다"며 "다만 온라인 게임 시장이 짝퉁 제품에 대한 통제가 안 되는 반면 모바일 게임은 앱 장터에서 통제가 돼 모바일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에 대한 그의 애정은 정부와 정치권의 게임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게임에 대한 규제가 풀어진다고 해서 게임 산업이 잘 되기는 쉽지 않아요. 온라인 PC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트렌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해외 게임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재를 뿌려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건 문제입니다." 게임을 적대시하는 정책으로는 창조경제를 꽃 피우기가 힘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13년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의 중독유발지수를 측정해 수치가 높은 게임의 국내 유통을 금지시키는 내용의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2014년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을 술·마약·도박과 같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을 각각 발의하면서 국내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점을 특히 아쉬워했다.
김 의장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자정부터 오전6시까지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이용자들까지 실명인증을 하게 됐다"며 "그 결과 실명인증을 할 수 없는 다른 성인 이용자들까지 피해를 입으면서 게임 이용률에 영향을 미쳤다"며 셧다운제를 잘못된 정책으로 꼽았다.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의 경우 실명인증 절차가 사실상 없어 저녁 이후 아예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 게임의 경우 이용자들이 그룹별로 커뮤니티를 이뤄 함께 게임을 즐기며 하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셧다운제는 이용자 개인을 넘어 집단 전체가 게임을 하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포커게임·고스톱 등 웹보드 게임에 대해서도 "웹보드 게임의 사행성은 인정하지만 이걸 도박이라고 처음부터 규정하고 정책을 펴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도박으로 흐르지 않도록 규제해야 하는데 실제 카지노 현장에서 규제하듯이 결제 한도부터 규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웹보드 게임은 월 30만원으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월 5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규제완화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같은 게임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바탕으로 김 의장은 이제 게임업계에서 정치권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에 이어 두 번째로 영입한 인사다.
김 의장은 "온라인 게임에 비해 모바일 게임은 아직 해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회사가 없다"며 "특히 미국·유럽 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가 나오도록 업계가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활성화 위해 국회서 묵묵히 제 역할 하겠다" ●'더민주 선대위원' 김병관 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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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고광본 정보산업부장
김지영기자 jikim@sed.co.kr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