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자회사인 KTH(KT하이텔)는 올해부터 양방향 홈쇼핑 서비스인 T커머스를 주축으로 사업 구조를 바꿀 계획이다. KTH는 1992년부터 ‘하이텔’이라는 PC통신 서비스로 출발해 2000년대에는 ‘파란’이라는 포털 서비스까지 제공했던 ICT 플랫폼 회사였지만, 이제는 유통 기반 기업으로 확실히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KTH의 사업은 크게 T커머스, 콘텐츠 유통, ICT 솔루션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이중 T커머스 매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 1,605억원 가운데 413억원으로 가장 작다. 그러나 T커머스 사업이 지난해 56.4%의 성장률을 기록한 만큼 올해부터는 T커머스 사업의 매출이 이 회사에서 가장 클 전망이다. 추억의 PC통신 회사 하나가 이렇게 명함을 바꾸는 셈이다.
임현정 KTH 전략기획팀 차장은 “하이텔·파란을 거쳐 2009년 스마트모바일 앱 사업으로 ICT 플랫폼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웠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며 “KTH는 T커머스의 선구자이자 1등 업체인 만큼 올해부터 이 사업에 중점을 두고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답하라’ 시절 ICT 강자의 변신은 KTH뿐이 아니다. 같은 PC통신 업체였던 나우누리는 초고속인터넷 시대에 적응을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다 2013년부터 인터넷 방송국을 주축으로 하는 ‘아프리카TV’가 돼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의 국내 진입 방파제 역할을 했던 한글과 컴퓨터는 1998년 부도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다 이달 26일 ‘글로벌 오피스’를 출시하면서 지금은 역으로 남미·중동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출범 때와 비슷한 서비스를 지속하는 회사는 안철수연구소(1995년 설립) 등 매우 적다.
잘 나가던 ICT 회사들이 이렇게 불과 10여 년 만에 업종·서비스·시장을 바꾸는 이유는 그만큼 ICT 업종의 트렌드 변화가 빨라 이에 잠시라도 적응을 못하면 금방 도태되기 때문이다. KTH·아프리카TV·한컴 등은 재기의 나래를 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응답하라’ 시절을 주름잡던 회사 가운데 서비스가 사라졌거나 유명무실해진 경우는 그보다 훨씬 많다.
삼성SDS가 내놓았다 다우기술에 편입된 PC통신 서비스 ‘유니텔’과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가 서비스하는 ‘천리안’은 지금도 사이트를 운영 중이지만, 접속자 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1997년 야후코리아를 통해 서비스되면서 순식간에 국내 최고 포털사이트가 됐던 ‘야후’는 결국 지난 2012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1999년부터 자연어 검색을 강점으로 유용한 검색엔진으로 각광받았던 엠파스도 2009년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에 통합되며 서비스를 접었다. 1999년 개시 때부터 커뮤니티 서비스로는 최고의 자리에 있던 프리챌의 경우 2002년 유료화를 진행하다 역풍을 맞은 뒤 2011년 파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ICT 업체들의 부침과 변화가 빠른 만큼 카카오·네이버 등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도 트렌드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늘 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1조8,742억원을 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수익 없이도 광범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카카오의 경우 사업 안착 때까지 뒷심을 더 강하게 발휘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ICT서비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CT 서비스, 그 가운데 플랫폼의 경우 정말 순식간에 판도가 변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며 “카카오 등 최근 ICT 서비스 강자들도 수익이 확실히 날 때까지 사업을 안착시키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초기 주요 ICT 서비스 업체 현황
KTH: T커머스 중심 유통회사로 변신
나우누리: 인터넷 방송국 중심 ‘아프리카TV’로 변신
한글과 컴퓨터: 내수 기업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 추진
유니텔·천리안: 존속하나 접속자 수 미미
야후: 2012년 서비스 종료
엠파스: 2009년 네이트와 통합
프리챌: 2011년 파산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