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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SUV 체험 현장에 가봤더니…

세단처럼 안락한 SUV

오프로드 파워도 강했다

행사장 앞에 도열한 벤츠 SUV 모델들. 왼쪽부터 GLE쿠페, GLC, G클래스, GLE, GLA.




장애물 코스 중 하나인 경사로를 올라가는 GLC 모델.


언덕과 웅덩이를 공략하는 G클래스 모습.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2016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2015년 12월 초 전라북도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국내에 수입·판매하고 있는 모든 SUV 모델을 한데 모아 주행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이번 ‘메르세데스 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GLC’와 ‘GLE’ 모델을 국내 최초로 선보여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는 눈 대신 비가 내렸다. 아쉬운 마음이 앞섰지만 그리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스키장 슬로프 아래 일부를 험한 오프로드 체험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흙 웅덩이는 평소보다 더욱 깊이 패여 있었다. 흙을 쌓아 만든 언덕과 철제 구조물로 만든 급한 경사로는 비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비에 젖은 땅이 미끌거려 오프로드 성능을 테스트하기에는 오히려 나아 보였다. 미끄러지기 십상인 주행환경을 확인하고 나자 슬며시 기대감이 몰려왔다.

행사장 한 켠에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랑하는 SUV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1979년 처음 선보인 정통 오프로더 ‘G클래스’와 플래그십 SUV ‘GLS’, 소형 SUV ‘GLA’, 중형 SUV ‘GLC’, 대형 SUV ‘GLE’와 SUV에 스포티함을 결합한 ‘GLE 쿠페’까지 6종이었다. GLC와 GLE는 특히 주목을 받았다. 두 모델은 2016년 초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차량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메르세데스 벤츠 SUV의 판매량을 2016년에는 2015년의 두 배로 올릴 것”이라며 “2016년 1월 GLC와 GLE로 SUV 신차 출시 포문을 열고 하반기에는 최고급 모델인 GLS와 스포티한 디자인이 강조된 GLE 쿠페를 선보일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SUV 모델을 2,700여 대 팔았다. SUV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전체 판매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SUV가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데다 최근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2016년에는 신차 출시를 통해 SUV만 6,000대 이상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중형 SUV ‘GLC’

2016년 1월 국내 출시 예정인 GLC는 기존 GLK모델을 대신해 완전히 탈바꿈한 모델이다. C클래스의 디자인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존 GLK클래스가 지녔던 남성적인 디자인은 사라졌지만 메르세데스 벤츠가 추구하는 우아함에는 더 잘 어울렸다. 새롭게 개발한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까지 탑재했다. S클래스 수준의 첨단 안전장치가 탑재된 것도 특징이다.

얌전하게 생긴 GLC로 오프로드 구조물을 넘었다. 먼저 비스듬한 벽을 탔다. 높이 1m에 45도 경사로 만든 강철 구조물이었다. 계속 내리는 비로 철제 구조물 표면과 잔디밭은 몹시 미끄러웠다. 왼쪽 앞바퀴를 구조물에 걸쳤다.



살짝 바퀴가 헛돌았지만 이내 마찰력을 찾으며 비스듬한 구조물로 올라섰다. 차량이 당장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오른쪽 차체는 지면과 닿을 것처럼 붙어 있었다. GLC는 묵묵하게 미끄러운 철제 구조물을 지났다. 구조물을 빠져나오기 위해서 제동페달을 밟았다. 왼쪽 앞바퀴가 회전을 멈춘 상태에서 GLC는 구조물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 와중에도 삐걱거리는 소음 하나 없었다.

GLC가 네 바퀴를 땅에 내려놓자마자 이번엔 각도가 40도 정도인 거대한 언덕이 앞을 가로막았다. 가파르고 폭이 좁은 구조물을 오를 걸 생각하니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자 비에 젖어 미끄러운 철제 바닥에 타이어가 겉돌았다. 독일에서 초빙된 교육관은 가속페달을 꾸준하게 밟아야 한다고 옆자리에서 설명했다. 그는 갑자기 엔진 힘이 바퀴로 실리면 헛바퀴가 돌고 차가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LC는 편안하게 언덕을 올랐다. 특별한 조작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주면 됐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인 4MATIC은 차종에 따라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GLC에 탑재한 4MATIC은 구동력을 앞뒤에 45대 55로 배분한다. 한쪽 바퀴가 구동력을 잃으면 반대편 바퀴에 더 많은 힘이 실린다. 한쪽 바퀴 또는 양쪽 바퀴가 모두 허공에 뜨게 되는 요철 구간에서도 GLC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쉴 새 없이 구동력을 번갈아 보냈다. 이 순간에도 GLC는 차체가 삐걱거리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크게 변한 대형 SUV ‘GLE’

빗방울은 그칠 줄 몰랐다. 안개도 자욱하게 끼었다. 험한 날씨를 헤치고 GLE로 갈아탔다. GLE는 기존 M클래스를 부분 변경해 내놓은 모델이다.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에 변화가 있었다. 도심과 험로 모두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세세한 부분까지 디테일에 힘썼다. GLE 역시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디젤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하늘을 배경으로 덕유산 정상으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렸다.

산길을 과격하게 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GLE에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닌 성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숙성과 승차감이 탁월했다. 디젤 엔진이 내뿜는 숨소리는 차분했다. 시속 100km로 산길을 달리는데도 소음이나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차고가 높은 SUV 임에도 승차감은 E클래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급경사 코스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구간을 별다른 쏠림 현상 없이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유난히 많이 설치된 과속방지턱 구간에서도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한 채 큰 흔들림 없이 운행할 수 있었다. LED 헤드램프는 어두운 산길을 환히 비췄고, 다양한 안전장치는 신뢰감을 줬다. GLE는 주행모드 변경 시스템인 다이내믹 셀렉트를 통해 최대 6가지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었다.

GLA와 G클래스

소형 SUV인 GLA를 타고 눈길을 누비는 ‘슬라럼 코스’도 흥미로웠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행사 전날 슬라럼 코스에 인공눈을 덮어놓았다. 얄궂게 내린 비는 눈밭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눈길 못지 않게 접지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차체 뒤쪽을 미끄러뜨리면서 운전하는 즐거움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SUV 기술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G클래스는 흙으로 쌓아 만든 급경사 언덕을 손쉽게 올랐다. 정통 오프로더가 갖춰야 할 기본에 충실했다. G클래스는 앞뒤 구동력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3단계 차동기어 잠금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뛰어난 험로 주파력을 선보였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SUV만을 위한 시승행사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큰 SUV시장을 집중 공략하고자 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전략이 반영되었음을 보여준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새로운 디자인과 구성으로 다시 태어난 따끈따끈한 SUV 신차들을 대거 출진시켰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내놓은 SUV는 공통된 특징을 보였다. 강인하지만 세단처럼 편안하고 안락했다. 긴박한 오프로드나 와인딩 로드에서도 신뢰감이 크게 느껴졌다. 메르세데스 벤츠 SUV의 매력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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