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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산 확인 위한 해외출장 상급기관 제동 일쑤
전략적 자산배분도 국내외 비중 탄력적 조절 허용을
CIO 투자 전결범위 넓혀줘야 시장변화 대응 가능
후임은 업계와 소통하며 잘못 즉시 시정 용기 가졌으면
홍완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의 별명은 '홍빳다(배트)'다. 지난 2013년 11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몸담았던 하나금융 재직 시절 강한 추진력과 강단 있는 업무 스타일로 얻은 별명이다. 홍 본부장의 인생 멘토로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그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에 추천한 윤병철 전 하나은행장이 그를 가장 아끼는 후배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의 마찰 과정에서도 그는 자신의 원칙을 고집했고 이는 연임 실패의 한 원인이 됐다. 지난 2년간 국민연금 CIO로 재임하면서 언론 노출을 꺼려 했던 홍 본부장은 후임 CIO 선임을 눈앞에 둔 25일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기금운용본부 조직의 미래에서부터 효율적인 기금운용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홍 본부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민 노후생활 최후의 보루인 기금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인사·예산·조직 등에서 실질적인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운용사를 막론하고 자금 운용을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잘 갖춰진 시스템과 우수한 인력 확보"라며 "하지만 이 부분에서 기금운용본부는 지배구조상 여러 이유로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금 운용을 하다 보면 시장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우수한 인력을 바로 채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본부장이 운용역 한 명을 채용하기도 버겁다"며 "기금본부 내 직원들 간 보직 이동을 빼면 인사와 예산·조직·연수 등 실질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해외 투자는 물론 직접 투자 비중도 늘려야 하는데 현재 운용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운용역 한 명을 늘리기 위해 공단에 요청하고 다시 보건복지부를 거쳐 기획재정부까지 가야 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해와 올해 공단과 복지부를 설득해 운용인력을 115명 늘린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직 위계상 상급 기관인 공단과 복지부, 그 위에 기재부까지 층층시하에 처하다 보니 투자와 관련해 해외에 나갈 때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기금의 20%가 넘는 약 120조원이 넘는 돈을 해외에 투자하고서도 정작 투자 자산을 확인하거나 물색하기 위한 해외 출장이 제한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홍 본부장은 "CIO로 있으면서 해외 출장을 단 세 차례 갔다"며 "해외 투자와 관련해 CIO가 해외에 가는 것도 여러 이유로 이렇게 제한돼 있는데 밑에 있는 실무진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기금운용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현재의 전략적자산배분(SAA) 체계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적자산배분이란 국민연금의 향후 5년간 중기 투자 자산을 결정하는 것으로 매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한다. 지난해 6월 기금위를 통과한 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까지 국해외 투자(주식·채권·대체) 비중을 30%까지 올릴 계획이다. 홍 본부장은 "국내 주식은 오르지도 않는데 전체 투자 자산의 20% 비중을 유지하라고 하는 것은 경직적"이라면서 "2014년 코스피가 4.9% 역성장했고 2015년 2.4% 오르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일본 등 해외 주식은 대부분 상승했는데 기금 수익률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SAA에서는 주식 투자의 전체 비중만 정하고 그 안에서 기금본부가 국내와 해외 투자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금운용본부장이 전결로 처리할 수 있는 전술적배분(TAA) 범위도 현재 2%포인트에서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임 CIO는 잘못된 의사결정일 경우 신속하게 판단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결단력도 갖출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재임 시절 국내 거래 대상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NCR) 비율을 450%에서 250%로 낮춘 것이나 거래 증권사 선정 주기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바꾼 것은 모두 업계의 불만을 듣고 고친 것"이라면서 "후임 CIO는 업계 위에 군림하기보다 소통하면서 잘못된 것은 바로 수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민우·박준석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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