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자산관리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친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바람은 초고액 자산가들이나 받아온 맞춤형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일반고객들에게로 보편화하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PB 대신 로봇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사업모델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투자자들은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한마디로 로봇이 개인자산 운용을 자문(advisor)하고 관리해주는 자동화된 자산관리(WM) 서비스다. 투자자가 입력한 정보를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리스크를 조정해가며 자산을 관리하는 일종의 자산관리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6월 서울경제신문이 미국 뉴욕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회사 '베터먼트'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사이 NH투자증권이 국내 최초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라며 'QV 로보어카운트'를 출시했다. 대우증권도 오는 2월께 자문사와 핀테크 업체로 구성된 로보어드바이저 마켓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쿼터백투자자문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문사가 잇따라 등장하는 점도 특징적이다.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미 금융투자 업계의 화두로 자리했다. 글로벌 운용사인 블랙록이 퓨처어드바이저를 인수했고 찰스 슈워브 역시 인텔리전스 포트폴리오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도 로보어드바이저 사업부 신설계획을 밝혔다.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지난해 1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분석되며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라는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6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대형 운용사를 비롯해 국내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집중하는 것은 타깃 고객을 20~30대 청년층 등으로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 소속 PB에게 상담을 받으려면 1년에 최소 1%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면 0.5% 미만으로 수수료가 저렴하다. 이 때문에 사회초년생과 일반고객군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자동화 서비스로 수수료가 싸다는 장점에다 신기술 활용으로 젊은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수료 수준도 일반 금융상품에 비해 대폭 낮춰 잡고 있다.
시장확대 기대감에 대형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는 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을 파악해 적합한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기본적인 질문에 응답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국내에 출시됐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로보어드바이저들이 프로그램에 따라 상품을 선별하고 종목을 골라 매매 타이밍을 잡아주는 '알고리즘 매매기법'을 각색해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결국 프로그램 수준에서 척척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으로 변신하는 것은 인공지능에 달렸다는 평가다. 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 대표는 "빅데이터만 가지고 정성·정량 분석으로 자산관리 전략을 구성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보어드바이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초 발발한 북한과 중국 리스크는 국가도 예측하기 힘든 변수인데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런 상황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보다 빨리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을 분석하는 퀀트 수준의 로보어드바이저와 달리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는 다양한 거시지표의 특성과 상관관계 등을 통해 위험 시그널이 나왔을 때 24시간 컴퓨터가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가미된 로보어드바이저의 확산은 자산관리 서비스 로봇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장지수펀드(ETF)에 국한된 자산관리도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 전반을 포함하게 돼 PB 서비스의 일대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핵심관계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독립자문업자(IFA)와 연동한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으로 일반 개인들을 위한 자산관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