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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25일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 적자 규모가 808억원에 달했다. 전 분기 대비 적자전환한 것은 물론이고 손실을 내더라도 수십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던 업계 전망보다 훨씬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대로라면 올 1·4분기 예상 적자액(약 270억원)도 더 내려 잡아야 할 판이다. 같은 날 실적을 공개한 LG이노텍의 영업이익도 전 분기에 비해 25.7%나 떨어졌다. 26일 실적을 내는 SK하이닉스 역시 분기 영업익이 1조원 아래로 내려가 '8분기 연속 1조원'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품목별로도 스마트폰에 이어 우리 전자 산업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부문에도 서서히 잿빛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 전자산업이 다시 한 번 기로에 섰다.
지난해 4·4분기 우울한 실적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현 추세대로라면 썩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통적 비수기에다 주요 기업들의 올해 주력 제품들의 출시는 대체로 2·4분기 이후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6조1,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4·4분기에 이어 올 1·4분기도 실적이 신통치 않아 5조원 중반대의 이익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전환, SK하이닉스도 지난 2015년 1·4분기에 비하면 50%에 가까운 영업익 하락이 우려된다.
주요 기업 가운데는 그나마 LG전자와 삼성전기의 선방이 예고됐지만 이것도 지난해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내지는 구조조정의 효과라는 지적이 대세다.
문제는 기업들의 이 같은 실적 하락이 단발성이 아닌 장기 침체의 시작일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스마트폰·TV 등 세트제품 시장이 포화 내지는 역성장 조짐을 보이는데다 신흥국을 포함한 해외 여러 나라의 경기 상황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완성품·부품 업체를 가리지 않는 수요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진성혜 KTB 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영역의 수요 부진은 갈수록 예상보다 악화하고 있다"면서 "반도체의 경우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수요 절벽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수요 회복세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IHS 역시 올해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이 2011년 이후 첫 역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위협은 더 거세졌다. 막대한 자금으로 한국과 경쟁하던 미국·일본의 유력 기업들을 차례로 먹어치우며 기존 저가 공세에 더해 브랜드 공세까지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이얼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생활가전 사업부를 약 6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D램 제조사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화권인 대만 기업 혼하이 역시 일본 샤프를 6조원 이상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결국 관건은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신사업을 올해 최대한 빠른 시점에서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차량용 전자장비(전장)나 전기차 배터리 같은 신사업에서 안정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업계가 차별화 제품으로 삼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대중화도 한 기대 요인이다.
다행스럽게도 신사업의 성과 조짐이 미약하지만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4분기 전장 사업 매출액이 전년비 25% 증가한 1,805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역시 올해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자동차 부품을 담당한 LG전자 VC사업본부도 지난해 3·4분기 영업 적자폭을 8억원까지 줄이며 올해 흑자가 확실시된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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