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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팜한농 매각을 마지막으로 동부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김준기 동부 회장의 역경은 아직 끝나지 않는 모습이다. 그룹 제조업의 핵심으로 남아 있는 동부대우전자가 해외시장 침체로 좀처럼 실적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특히 김 회장이 지난 2013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당시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었던 경영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을 뺏길 우려도 있어 올 한 해 또다시 경영시험대에 올랐다.
26일 동부대우전자에 따르면 2013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당시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KTB프라이빗에퀴티와 SBI사모펀드 등 FI로부터 2,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일반적으로 FI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경우 경영지표 및 투자금 회수방안에 대한 약정을 맺는다. 김 회장이 FI에 약속한 조건은 두 가지다.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의 순자산 가치 유지와 5년 내 기업공개(IPO) 실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김 회장은 경영권을 FI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일단 지난해 말 기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소 순자산가치 1,800억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를 지키지 못해 경영권에 이상이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가집계 결과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아 김 회장의 경영권 수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대우전자는 2014년 매출액 1조5,865억원, 영업이익 139억원, 당기순손실 59억원을 기록했으며 2015년에도 영업이익은 냈지만 당기순이익은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역시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다. 동부대우전자의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특히 신흥국 비중이 크다. 올 들어 신흥국이 원자재가격 하락 및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점은 실적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을 마지막으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자산을 매각해 자금이 유입될 여지가 더 이상 없다는 의미다. 2013년 말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으로 동부익스프레스·동부발전당진·동부팜가야·동부특수강·동부전자재료 등은 이미 매각이 끝났다. 동부건설(법정관리)과 동부제철(워크아웃)은 채권단 손에 넘어갔다.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는 동부하이텍 역시 산업은행이 매각의 키를 쥐고 있으며 매각돼도 동부그룹으로 실질적인 자금 유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동부대우전자의 실적에 따라 김 회장의 경영권 수성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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