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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탈바꿈한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28일 첫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리엔탈정공과 영광스텐을 선정하면서 국내에서 제3의 기업 구조조정 모델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대표적인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이성규(사진) 유암코 사장은 "오랜만에 채권은행들과 협의해보니 15년 전에 만들었던 구조조정 매뉴얼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고생대 화석을 보는 느낌이었다"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구조조정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유암코는 채권은행과 협의를 거쳐 유암코의 1차 인수추진 대상 업체 두 곳을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암코는 법정관리 또는 금융당국·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아닌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중은행 출자 방식으로 새롭게 출범시킨 기업 구조조정 모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유암코의 첫 구조조정 대상은 선박 크레인 제조사인 오리엔탈정공과 스테인리스 코일 전문업체인 영광스텐이다.
유암코는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 매매 계약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마쳤다. 산은은 유암코와 가격협상을 한 후 채권금융기관이 이에 동의하면 협약채권을 유암코가 출자하는 기업 재무 안정 사모펀드 (PEF)에 팔게 된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은행도 채권 매각 대금 일부를 PEF에 투자해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과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금융위는 3월부터 이들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암코 구조조정 1호로 두 회사가 선정된 까닭은 주채권은행이 국책은행인 산은으로 시중은행보다 금융 당국과 협의가 수월한 점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리엔탈 정공은 2009년, 영광스텐은 2012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비협약채권(회사채·기업어음 등)을 대부분 상환했다. 비협약채권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출상환유예, 부채 삭감, 신규 자금 지원, 대출금의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고 협약채권자의 지원금을 가져가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장애물로 여겨왔다.
유암코 구조조정 1호로 유력했던 홍원제지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이 유암코가 주도하는 구조조정보다 채권을 경매를 통해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앞으로 대기업보다는 다양한 중소기업들을 선택해 구조조정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3~4년 안에 기업을 정상화시켜 다른 곳에 되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홍우·임세원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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