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는 동안, 각국 정부는 핵융합 에너지의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왔다. 이론적으로 핵융합은 비용이 덜 들고, 친환경적이면서도 무한한 에너지 자원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혼합된 액화 수소연료 한 스푼이 석탄 28톤과 동등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섭씨 1억 도의 환경에서 수소원자 2개를 서로 충돌시켜 핵융합 에너지를 얻는다는 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다. 프랑스에 있는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TER) *역주: 1980년대 후반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원 하에 진행되는 핵융합 에너지 연구 프로젝트도 예산초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50억 유로였던 초기 예산은 현재 130억 유로(약 150억 달러)까지 상향 조정됐다.
에펠탑 무게의 3배인 2만 3,000톤짜리 연구용 핵융합로도 완공까지 아직 수 년이나 더 남아있다. 미국 에너지국이 40억 달러를 투자한 로런스 리버모어 프로젝트 Lawrence Livermore project의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도 아직은 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연구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형 프로젝트의 상용화까지는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고, 빈곤층에게 보다 저렴한 청정에너지를 제공하고자 하는 전 세계 각국 정부에겐 오랜기다림이 될 수 있다. 제프 베저스, 폴 앨런, 피터 틸을 포함한 몇몇의 미국 백만장자들도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이들은 소형 핵융합 발전이 더 저렴하고 덜 복잡하며,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보다 더 빠르게 상용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 Lockheed Martin이나 제너럴 아토믹스 General Atomics 같은 주요 기업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독자적 소형 핵융합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리서치회사 서드 웨이 Third Way의 신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민간 분야에서 6개의 핵융합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페이팔 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투자자 피터 틸은 워싱턴 주 레드먼드 Redmond에 소재한 힐리온 에너지 Helion Energy에 투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동 창업자 폴 앨런은 1억 4,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의 트라이-알파 에너지 Tri?Alpha Energy에 자금을 투입했다. 그리고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의 개인투자회사 베저스 익스피디션 Bezos Expeditions도 밴쿠버 소재 제너럴 퓨전 General Fusion에 투자를 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9,4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다른 돈 많은 투자가들도 현재 이와 비슷한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1억 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저온핵융합(cold confusion)’이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회의론자들은 1989년 상온에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스탠리 폰스 Stanley Pons와 마틴 플라이쉬만 Martin Fleischmann을 떠올릴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저에너지 핵반응과 관련해 다방면에서 성과를 얻고 있다. 22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체로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 Cherokee Investment Partners의 CEO 톰 다든 Tom Darden은 노스 캘리포니아에 인더스트리얼 히트 Industrial Heat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과학자 안드레아 로시 Andrea Rossi의 기술 연구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빌 게이츠는 이탈리아 국립기술 연구소(ENEA)를 방문해 저온 핵융합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빌 게이츠 측은 이후 투자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의 플라즈마 물리학 팀 리더 글렌 버든 Glen Wurden은 “저온 핵융합 기술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떤 벤처기업들이 성공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려면 허황된 약속을 할 수 밖에 없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는 오래 전부터 비일비재했다. 벤처기업이 5년 안에 기술을 취득할 것이라고 말하면 눈동자부터 굴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저온 핵융합 기술에 대해 수십 년 전 정부가 허가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성공 가능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현재에는 실현 가능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사례는 제프 베저스가 투자한 제너럴 퓨전이라는 기업이다(미 항공우주국에서 은퇴한 우주비행사 마크 켈리 Mark Kelly 가 이 기업의 고문으로 있으며, 지난 8월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2,2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제너럴 퓨전은 연료 압축에 의한 열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오래 전 정부가 대규모 프로젝트로 연구한 바 있는 기술이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축구장 길이의 레이저로 연료를 압축시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레이저 이용 연구는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생산하는 에너지량보다 소비하는 에너지량이 더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 과학자 마이클 라베르지 Michel Laberge는 2002년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 비싼 레이저 대신 망치와 모루로 충격을 만들어 입자들이 핵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면 어떨까? 그는 즉시 제너럴 퓨전을 설립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1970년대 국책 연구소에서 실패한 사례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알고리즘과 전자공학, 그리고 제어장치의 발전 덕분에 망치로 구 모양의 금속 원자로 측면을 매우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생성된 충격파로 1억 도의 핵융합 원자로 안에 플라즈마를 압축할 수 있게 됐다. 발생한 열은 소용돌이 치는 액체 상태의 금속에 전달된 뒤 증기 발생기 안에 갇히게 된다.
베인 캐피털 Bain Capital에서 근무한 제너럴 퓨전의 CEO 네이선 길릴랜드 Nathan Gilliland는 정확한 속도와 높은 정밀성을 가진 망치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안정되고 오래 지속되는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충격과 압축을 미세하게 조정해 플라즈마의 에너지 생산량이 소비량을 뛰어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네이선은 “수십 년이 아닌 수 년 안에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이 기술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다. 미세 조정만이 남은 과제”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신생기업들이 조촐한 연구실에서 어마어마한 물리학적 과제인 핵융합을 연구하는 모습은 얼핏 보면 터무니 없다고 느껴진다. 정부도 수십 년 간 수십 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이 기업들의 연구는 소형 프로젝트여서 배움의 주기가 짧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비용으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비교적 최근의 사례는 최소 한 가지 이상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미 연방정부는 인간의 첫 번째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데 15년의 시간과 3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의 참여로 연구 발전이 대폭 이뤄졌고 비용도 크게 줄었다. 정부가 실패한 것을 민간이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그때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던 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다.
8.4%
지난 6개월 간 미네소타 주의 기술분야 일자리 증가율(캘리포니아 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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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를 찬성하는 측이 주장하고 있는 2030년까지 달성 가능한 글로벌 에너지 사용 감소량
5억 달러
사물인터넷(IoT)과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액
60%
2020년까지 예상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 감소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