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3조3,000억원어치가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1일에는 H지수가 7,835선까지 떨어지면서 작년 5월 찍었던 최고점에 비해 반토막이 났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에는 확실한 ‘수익 원천’, 투자자에게는 저금리 시대를 이겨내는 ‘중수익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H지수 ELS가 어쩌다 투자자들의 발등을 찍는 도끼가 된 것인지 보도국 김성훈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연초부터 지금까지 H지수 ELS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현재 발행 잔액이 68조원 수준인 ELS 시장에서 H지수 ELS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정도로 약 37조원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H지수가 7,500~8,000선으로 내려가면 2조3600억원, 7,000~7,500선에서 4조6400억원, 6,500~7,000까지 내려갈 경우 전체의 약 38%, 8조2700억원이 원금 손실 구간에 빠지게 됩니다. 시장을 패닉에 빠뜨리기엔 충분한 규모입니다.
오늘 금융위원회는 홍콩H지수가 지난 1월21일 7,835까지 내려가면서 전체 H지수 ELS 37조원어치 가운데 3조3,000억원어치가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확실히 원금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하지만 원래 ELS라고 하면 ‘중위험·중수익’을 목표로 하는 상품 아닌가요? 왜 이 정도까지 리스크가 커진 건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ELS는 기초 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예금 이자보다 높은 연 4∼8%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중위험·중수익’ 파생상품입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 ELS는 주식처럼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변하게 됩니다.
ELS 전체의 74%, 약 50조원을 차지하는 원금 비보장형 ELS에서는 상대적으로 채권 비중이 낮고 주식이나 선물·옵션 비중이 높습니다.
때문에 운용 성과가 좋을 때는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나쁠 때는 손실도 큽니다.
만기 시점에 고객이 가입한 ELS가 원금 손실 구간 아래에 있을 경우, 고객은 수익은커녕 기초 자산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앵커]
시장 변동성이 크면 ELS라 하더라도 고수익·고위험 상품이 된다는 거군요, 그런데 왜 홍콩 H지수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건가요? 이것도 시장변동성과 관계가 있는 것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ELS의 주요 기초 자산이 되는 각국 주가지수 성장세도 둔화되고 수익이 줄어들자 변동성이 큰 홍콩 H지수가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H지수, 고위험에도 기대수익률 높아 인기
H지수처럼 변동성이 큰 지수가 ELS 상품에 편입될수록 손실 위험은 높아지지만,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보장할 수 있는 ELS의 기대 수익률은 높아집니다. 증권사들은 ELS 상품 하나를 여러 개 기초 자산으로 구성하면서도 H지수 편입 비중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의 상품은 변동성이 커 수익률이 올라가는 대신 여러 기초 자산 중 하나만 원금 손실 구간에 빠져도 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되어있습니다.
증권사들은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작년 초부터 ELS 상품의 70∼80%를 H지수 ELS로 발행했고, 이것이 결국 중국 증시 폭락과 함께 양날의 검이 되어 증권사와 은행에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앵커]
H지수의 변동성이 수익이 아니라 더 큰 위험이 된 것이군요.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앞으로 원금손실을 넋놓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건가요?
[기자]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가 대거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곧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발행 후 3년째인 만기 시점에도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하지 못할 때 지수 하락 폭만큼 원금 손실을 입게 됩니다. 개인의 ELS 가입 시기와 가입 조건별로 손익분기점도 달라지게 됩니다.
금융 당국도 “현재 시장의 H지수 ELS 공포는 과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H지수 ELS 쏠림 현상을 소극적으로 방치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금융 당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랴부랴 “H지수 ELS 발행을 줄이라”고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H지수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사태로 저금리 시대에 좋은 투자 상품인 ELS의 신뢰도가 훼손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상품이 어떻게 ‘효자’ 상품에서 ‘애물단지’ 전락하게 된 것인지 보도국 김성훈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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