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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한 찻잎이 흩날리는 제주 언덕에서 은은한 핑크빛의 장미로 곱게 엮은 부케를 받았다. 화사하고 따뜻한 색의 장미 부케는 언덕 전체에서 풍겨오는 녹차 향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시는 이를 행복하게 했다.
기자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오설록 티하우스 현대미술관점'에서 만난 '웨딩그린티'는 찻물을 우리는 90초 동안 도심이 아닌 제주의 차 밭으로 인도했다. 옅은 초록빛의 찻물을 마실 때 코끝에서는 부케를 든 것처럼 우아한 꽃향기가 맴돌았다. 티백이 아닌 잎차를 제대로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에 주문한 '웨딩그린티 찻상 차림(1만원)'은 티소믈리에가 어떻게 맛있게 마실 수 있는지를 친절히 설명해 준 덕분에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잎차를 주문한 고객은 언제든 이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진동벨이 울리면 가서 잔을 받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호에 맞춰 찻물을 우리는 시간을 정하고 물의 양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차가 선사한 맛과 향은 넓고 깨끗한 통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빛, 오설록 티하우스 만의 상징색인 짙은 회색빛 벽이라는 환경과 어우러지며 여느 카페와는 다른 편안함을 선사했다. 또한 제주의 자연을 총 4가지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내벽 인테리어, 피라미드형 티백을 떠오르게 하는 조명은 '차와 제주가 선사하는 가치 있는 쉼'이라는 오설록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웨딩 그린티'는 유기농 녹차 베이스에 장미 원물과 꽃잎을 더한 것으로 차종을 따지자면 '블렌딩티'에 속한다. 깔끔하고 산뜻한 맛을 내는 차에 허브나 꽃잎, 곡식 등을 더해 색다른 매력을 지닌 이 블렌딩티는 '차의 연금술사'라고 불릴 정도다. 차보다는 커피에 익숙한 젊은 층에서도 '웨딩그린티'를 비롯해 '제주 삼다영귤티', '레드파파야 블랙티' 등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설록은 블렌딩티 외에도 순수 녹차라 할 수 있는 잎차도 다양하게 갖췄다. 지난 해 열린 '북미 차 챔피언십'에서 덖음차 부문 1~3위를 석권한 '세작', '우전', '일로향'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덖음차는 어린 차 싹을 골라 다른 것을 일체 넣지 않고 그대로 볶아 익힌 것으로 녹차의 깊고 구수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23일 새롭게 단장한 현대미술관점은 오설록 브랜드의 강점인 기프트 분야를 확장, 별도의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차를 마시러 방문한 손님이 자연스럽게 집에서 마시고 싶은 티백제품을 고르거나, 지인에게 선물할 제품을 골라 바로 포장할 수 있다.
티하우스 직원은 "많이 찾는 제품은 '삼다연제주영귤', 중장년층에 인기 높은 제품은 '레드파파야 블랙티'"라며 "깊고 구수한 풍미가 느껴지는 세작과 삼다연, 한라조릿대 등 4종의 잎차로 구성된'오설록 제주명차 모음세트'도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설록 티하우스가 다른 카페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베이커리다. '녹차계의 누텔라', '녹밀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녹차 밀크 스프레드'를 비롯해 '녹차 파운드 케익', '녹차 롤케익' 등 차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 오설록의 매력이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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