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은 지난 한해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업 때문이 아니라 ‘내우(內憂)’ , 즉 형제와 부자간 갈등이 맞물린 집안 문제가 끊임없이 그룹을 괴롭혔다. 그래도 직원들은 열심히 일했다. 그룹의 한 임원은 “사업만 따지면 효성은 지난 한해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효성의 이런 자신감은 실적으로 곧바로 이어졌다.
효성이 3일 내놓은 지난해 실적 현황을 보면, 창사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으로 전년보다 2.3%, 58.3% 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이후 2년 만에 100%에 가까운 성장세이자, 1966년 창립, 올해 50주년을 맞은 효성이 지금까지 거둔 최대 실적이다. 기대했던 영업이익 1조원은 놓쳤지만, 그동안 쌓아 온 기술력과 브랜드 마케팅을 무기로 올해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전까지 섬유 부문에 크게 의존했던 것과 달리 전 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데다 차입까지 줄었다는 점이다. 조현준 효성 사장 등이 해외 시장에서 직접 뛰며 일궈 낸 성과다.
이전까지 세계적인 경기 침체, 특히 중국의 경기 악화는 효성의 수익 하락으로 직결되곤 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실적을 기록한 데는 그동안 꾸준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해외 시장 발굴에 공을 들여온 덕이 컸다.
실제로 2014년에만 해도 전체 영업이익 중 60% 이상이 섬유 부문에서 나왔다.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31%)를 확보하고 있는 스판덱스 등이 효성을 먹여살려온 것이다. 이 같은 섬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44%로 줄었다. 특히 중공업 부문의 비중이 1.8%에서 16%로 크게 늘었다. 고수익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전에 나서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도 확대됐다. 지난해 효성의 해외 매출은 5조1,80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6%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3,936억원이었다. 해외 40개국의 70여개 법인을 거점으로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의 판로 확보에 박차를 가한 덕이다.
섬유부문 PG장(사업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중공업PG를 총괄하고 있는 조현준 사장의 활약도 눈에 띈다. 그는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가 단기간 내에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떠오르기까지 줄곧 섬유부문을 이끌어 왔다.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적기에 해외 생산 시설을 짓고, 직접 나서 글로벌 의류 제조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다졌다. 또 2014년부터 지휘하기 시작한 중공업 부문에선 이전까지의 저가 수주와 선을 긋고 선별적 수주, 신규 해외 시장 개척을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건설 부문 역시 조 사장이 직접 새 브랜드인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를 론칭한 후 지난 2014년 수주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실적을 거두는 과정에서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됐다. 효성의 부채비율(개별 기준)은 2013년 203.4%에서 2015년 159.0%로 44.4%포인트 줄었다. 지난 2009년(128.1%)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연결 기준으로도 2013년 402.4%에서 2015년 303.6%로 2년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효성이 영업이익 1조원을 놓친 데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4·4분기에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재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면서 경영상 차질이 빚어진 것 같다”며 “판매 확대 등에 뒷심이 부족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