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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비전 M&A… 끝장토론 하랬더니 '재방송'

■ 미래부 어제 전문가 토론회

구체사례 발굴·실증 없이

SKT 지배력 전이여부 등 찬반측 기존 주장 되풀이

"민간서 접점 찾긴 어려워 정부 주도적인 역할 필요"


방송통신업계 최대 현안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놓고 정부가 끝장 토론의 장을 마련했지만 찬반 양측은 진전된 의견 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정책 당국도 이날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정부의 이번 M&A승인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와 함께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해당 현안에 대한 경제, 경영, 법학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두 회사간 결합이 통신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지, SK텔레콤의 통신시장 지배력이 방송 등 인접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는 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마련된 행사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은 지난해 11월 이후 이통사들의 후원으로 수 차례 열렸던 토론회의 재방송 수준으로 전락했다. 찬반 양측의 주자로 나온 학자들 구성은 기존 토론회와 대동소이했고, 서로 주장하는 논리도 앵무새처럼 되풀이됐다. 구체적인 사례 발굴 등 실증에 기반을 둔 논의보다는 공허한 논리 싸움에 치중돼 찬반 양측간 별다른 접점이 도출되지 못했다. CJ헬로비전 인수로 SK텔레콤이 통신 시장 지배력을 키워 인접 시장으로 전이시킬 것'이라는 반(反) SK텔레콤 진영과 '(M&A가) 통신·방송에 미치는 영향력을 침소봉대 했다'는 SK텔레콤 진영의 주장이 8시간 넘는 행사 시간 내내 도돌이표처럼 이어졌다.

우선 통신·방송시장 경쟁 제한성과 관련해 M&A 찬성 입장의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CJ헬로비전의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84만 명으로 이는 전체 이통 시장의 1.5%에 불과하다"며 "SK텔레콤이 통신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이것이 방송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이날 장외에선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행사 참석 전 취재진에게 "회사 내부에서 (CJ헬로비전 M&A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M&A를 반대하는 김종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단순히 CJ헬로비전의 이통 시장 점유율이 (SK텔레콤에) 더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SK텔레콤의 이통시장의 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되고, 유료방송시장 지배력이 다시 이통시장으로 전이되는 '전이 순환'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또 M&A의 통신·유료방송 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김성환 교수는 "요금 인상 가능성만으로 사전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호영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인상한 요금을 사후적으로 낮춘 실제 사례가 없다"며 "사전에 규제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접점을 찾기 힘든 만큼 정부 당국이 양분된 여론에 끌려다니지 말고 보다 주도적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제언도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조양준·박호현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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