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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성과주의 확대를 위한 교섭 전략을 짜기 위해 은행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고 금융산업노조는 '관치 금융의 도가 지나치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거친 개혁'이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노사가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34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4일 5년 만에 처음으로 총회를 열어 '성과 연봉제 도입' 등을 위한 임금단체협상 교섭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CEO들은 현행 호봉제 중심의 연공형 임금체계가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므로 호봉제에서 직무와 성과 중심의 성과연봉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현행 성과급 제도도 차등 없이 일률적으로 지급되거나 집단평가 중심으로 지급률이 결정돼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전체 연봉 중 성과급 비중과 개인 간 차등 폭을 확대해나가자고 합의했다. 개인 간 차등 폭은 앞서 금융위가 제시한 금융 공공기관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하 회장은 밝혔다.
CEO들은 이와 더불어 업무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적절한 인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은행 산업의 이익경비율이 2010년 40% 초반에서 지난해에는 55%로 상승하고 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 또한 55%에서 지속 상승해 62%를 상회하기에 이르렀다"며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함에도 비용은 상승하는 주된 원인은 변동비여야 할 인건비가 호봉제에 묶여 실적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정비화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개혁 및 성과주의 확산은 더 이상 공공기관이나 금융 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며 금융 산업 전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밝혔다.
하 회장은 조만간 김문호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성과주의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제안하고 빠르면 이달 말부터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이 같은 CEO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에 금융산업노조는 강력히 반발하며 사실상 총파업을 예고했다. 나기상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변인은 "성과주의 도입 등에 대해 어떤 교섭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각 지부에 전달한 상태이며 노사 합의 없이 사측이 이를 강행할 경우 2014년에 이어 또다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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