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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차리기] 과일 홀수 맞추고… 김치는 나박김치만 써야

신위 북쪽 향해 두고 절은 남쪽서 홍동백서·좌포우혜에 맞춰 배치

사과, 껍질 탄력있고 향긋한게 좋고 소고기 절단면 색 밝고 윤기 나야

차례상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어린이들이 차례상에 절하는 예절을 배우고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조미희(38·여)씨는 최근 설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았다. 조 씨는 "올 설에 재래시장에서 차례상 재료를 준비하면 할인마트 보다 20% 가량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해서 가까운 대형 마트 대신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전통시장을 찾아 장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한파로 채소 값과 과일 값이 많이 올라서 차례상 차리는 게 걱정됐지만 시장에 나와보니 생각보다 상승 폭이 적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설 차례상 지출을 걱정하는 주부들은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다. 1월 말 갑작스러운 한파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차례상 비용을 걱정했지만 예상 보다 제수용 시세가 크게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설 차례상 비용은 재래 시장의 경우 4인 가족 기준 약 22만4,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1만3,000원 보다 5% 가량 오른 것이다. 대형 마트에서 이들 제수용품을 구매하면 약 28만1,000원이 들어 재래시장보다 5만7,000원 정도 비쌌다.

이번 설에 가장 큰 가격 상승 폭을 보인 품목은 육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는 사육두수 감소로 상승세를 보였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경우 지난해보다 각각 20.6%, 8.4% 오른 1만5,130원, 1만6,070원에 거래됐다. 수산물 중 수입산 조기와 북어포 한 마리, 동태포 1㎏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9,940원으로 전년 대비 7% 상승했다. 과일류는 비교적 양호했던 기상여건으로 지난해보다 18.2% 내린 1만2,000원, 배는 8.8% 하락한 1만4,820원이었다.

◇알기 쉬운 차례상 차림의 원칙=복잡해 보이는 차례상 차림도 한번 제대로 알아두면 매해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조상을 모신 신위는 북쪽을 향해 두고 절을 하는 자리는 남쪽으로 해야 한다. 차례상은 신위를 바라본 자세에서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다양한 음식이 차례상에 오르고 있지만 기본으로 지켜야 할 5가지 상차림 원칙이 있다. 우선 '홍동백서(紅東白西)'다. 붉은 과일은 상의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다. 다음은 '좌포우혜(左胞右醯)'다. 우측에는 식혜를, 좌측에는 포를 놓는 것이다. 생선은 오른쪽에 육류는 왼쪽에 두는 원칙인 '어동육서(魚東肉西)'도 있다. '조율이시(棗栗梨枾)'에 따라 상의 좌측부터 대추(조), 밤(율), 배(이), 곶감(시)의 순서로 올린 후 호두나 넝쿨과일, 약과 다식, 산자 등을 놓는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마지막으로 '동두서미(東頭西尾)'의 경우 상에 오르는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놓는다는 것이다.



차례상에는 여러 음식이 한 번에 올라가기 때문에 줄을 맞춰 진설해야 한다. 신위에서 가장 가까운 첫째 줄에는 수저와 잔, 국과 밥 등을 놓는다. 상을 차리는 사람이 봤을 때 밥과 술은 왼쪽이고 국은 오른쪽이다. 둘째 줄에는 왼쪽에서부터 국수와 기름을 사용한 전, 육적, 어적, 떡 등을 놓는다. 셋째 줄은 육류로 만든 육탕, 두부나 채소류로 만든 소탕, 어탕 등 탕류를 올린다. 탕은 일반적으로 1·3·5개의 홀수로 맞춰 준비한다. 탕 종류를 다섯 개까지 늘리는 경우 봉탕(닭), 잡탕을 더한다. 넷째 줄은 포와 나물, 마지막 다섯번째 줄에는 과일을 둬야 한다. 나물의 경우 왼쪽에는 김치를 오른쪽에는 익힌 나물을 놓는다. 김치의 경우 나박김치만 쓰며 나물은 대개 콩나물·숙주·무·고사리·도라지·나물 순으로 놓는데 집안에 따라 이 중에 3가지만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과일을 놓을 때는 항상 홀수를 맞춰야 한다. 제기에 올리는 과일은 위 아래 부분을 살짝 돌려 깎는다.

◇신선한 재료 구별하기=차례상에 올리는 제수 음식은 흠이 없고 깨끗한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생선의 경우 눈알이 맑고 선명하며 앞으로 볼록 튀어나와 있어야 한다. 배를 눌렀을 때 팽팽하고 탄력이 있는 것이 신선도가 높은 제품이다. 아가미는 선명한 선홍색을 띄어야 한다. 단, 물기가 많이 묻어나오는 것은 냉동을 했던 상품을 녹인 후 파는 것일 수 있으니 주의하자.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굴비는 비늘이 고르게 촘촘히 박혀있고 배 부분에 노란 빛이 도는 것이 좋다. 몸 전체가 붉은색으로 몸통이 두툼하고 길이가 짧은 것이 국내산이다. 반면 비닐이 거칠고 몸에 광택이 유난히 많은 편이라면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다.

소고기는 절단면의 색이 밝고 윤기가 나면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 국산의 경우 덩어리 형태도 다양하고 등심은 자른 면에 떡심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외국산은 타원형에 떡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갈비는 지방이 흰색이고 짝갈비(덩어리) 형태로 팔리는 것이 국산 소고기다. 나물도 국산과 외국산을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국산 도라지는 길이가 짧고 가늘며 동그랗게 말리는 성질이 약한 게 특징이다. 잔뿌리가 비교적 많이 붙어 있고 원뿌리도 2~3개 정도만 갈라져 있는 점도 살펴보아야 한다. 국산 고사리는 연한 갈색에 너무 길지도 굵지도 않다. 배는 맑고 선명한 황갈색에 윤기가 나야 품질이 좋으며 배 특유의 점 무늬 크기가 크고 꼭지 부분이 없어야 맛이 뛰어나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느껴지고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전면에 골고루 붉은 빛을 띠고 냄새를 맡았을 때 향긋한 것이 좋은 품질의 사과다. 햇단감은 크기가 클수록 좋다. 다만 표면에 굴곡이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밤은 국산이 개량종으로 알이 굵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깨끗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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