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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중국 국적 여대생이 부모님과 함께 매장을 방문해 전시된 차를 둘러보더니 2억원대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63 AMG'를 사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러자 아버지가 곧바로 차에 가서 현금가방을 가져왔고 차를 바로 계약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시장을 운영하는 한 딜러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중국인 고객을 응대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요즘 15대에 1대 정도는 중국인 고객"이라며 "주로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를 많이 산다"고 말했다.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한 딜러사 관계자도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여행업을 하는 중국인 고객을 응대했던 이야기를 하며 "2억원에 가까운 파나메라를 출고하면서 중국보다 가격이 싸서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내 고급 수입차 시장에 중국 큰손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법인고객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거주하는 개인고객까지 고급 수입차 구매에 나서고 있다.
중국인 부호들은 주로 중국 내에 공장이 없거나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차종들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는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중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벤틀리 등 최고급 브랜드는 아직 중국 현지공장이 없어 수입해야 한다. 중국은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22%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8%)의 3배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 판매가격이 한국보다 40% 가까이 더 높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중국 공장에서 벤츠 A·C·E 클래스는 생산하지만 S클래스는 수입을 해야 해 가격이 국내보다 매우 높다"며 "중국 고객들이 가격표를 보고 생각보다 저렴하다며 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반부패 및 사치 풍조 금지 기조에 따라 현지에서 고가 차를 구입하기 어려운 문화도 중국 부호들을 한국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 법인차로 차를 사면 관련 비용을 쉽게 경비 처리할 수 있는 점도 이유로 분석된다.
투자이민제도가 시행 중인 제주도 역시 중국 고객이 많이 몰린다. 제주도에 분양형 호텔이나 빌라 등을 구입해 별장처럼 이용하는 고객들은 고급 수입차를 구입해 한국에 머무는 기간 이용한다. 두 번째 차(세컨카) 개념으로 차를 사다 보니 SUV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레인지로버 수요가 많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레인지로버가 중국어로 로호(路虎·길 위의 호랑이)로 불려 남성 고객들의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부호를 수입차 딜러와 연결시켜주는 통역사가 소개비를 받는 풍조도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통역사가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소개료를 많이 주는 브랜드로 의도적으로 데려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중국 부호가 구입한 차량은 등록에는 큰 문제가 없다. 국내 거주지가 있고 외국인등록증 등 관련 서류만 갖추면 무리 없이 등록할 수 있다. 주로 판매사에서 대행해 등록을 마친다. 하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자동차 보험료가 높은 편이다. 벤츠 G63 AMG를 구입한 20대 여대생은 1년 보험료가 1,500만원이 나왔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딜러들은 귀띔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대부분의 명차 브랜드가 들어와 있고 서비스나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어 중국 고객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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