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을 발사한 날이 일요일이고 월요일인 8일부터 수요일인 10일까지 설 연휴여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충격파가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 전달되지는 않게 됐다. 그동안 반복된 북한발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당장 충격을 줬다가는 얼마 가지 않아 회복됐던 ‘학습 효과’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약간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미국·중국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 신흥국 불안 및 저유가에 따른 수출 위축, 내수경기 침체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북 리스크까지 가중되면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만큼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 여파로 개성공단 운영 등 남북경협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고됐던 만큼 설 연휴가 끝난 후 금융시장의 동요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과거 북한발 위기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이번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및 중국발 불안, 신흥국 경제 둔화, 저유가 등과 맞물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학습 효과 때문에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그동안 경험을 보면 북한발 리스크로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 기간은 많이 짧아졌다”며 “이른바 학습효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충격이 길게 지속되면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주고,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도 올라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습 효과 때문에 북한발 리스크에 금융시장이 무감각해진 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미사일 성능에 따라 충격이 미치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개성공단 폐쇄까지 이어지는 점은 우려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신 부문장은 “여러 군사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닫은 적 없던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실질적으로 남북 경협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정근 특임교수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발 리스크가 커진 만큼 재정 지출을 조정하는 등 국가경영전략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불필요한 부분에 대한 재정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국방비를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경영전략에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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