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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삼성'을 만들기 위한 삼성의 별동 조직이 드디어 가동되기 시작했다. 팀원 면면을 보면 삼성이 신사업에 사실상 명운을 걸고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최근 진용을 갖추고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자 신사업 팀에는 모바일·소프트웨어(SW)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이끈 임직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2010년대 스마트폰 성공신화를 쓴 주역들을 차량용 전자장비(전장)에서 가상현실(VR)에 이르는 미래 신사업에 기용한 것이다. 이들의 혁신 DNA를 기반으로 신사업에서 제2의 스마트폰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VR과 웨어러블을 전담한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무선사업부 소속 '모바일인핸싱(Mobile Enhancing)팀'에 참여한 김기선 상무는 기존에 없던 삼성의 차별화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기획하고 개발한 주역이다. 갤럭시노트는 지난 2011년 첫 출시 이후 '패블릿'이라는 신종 스마트폰의 효시가 되며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김 상무는 그해 12월 임원으로 승진한 이래 삼성의 미래를 이끌 여성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 이번에 함께 모바일인핸싱팀에 합류한 김병주 상무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삼성 터치폰의 발전을 주도해왔다. 전장사업팀의 이원식 전무 역시 전임 무선사업부 사용자경험(UX) 팀장으로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주력해온 삼성의 핵심 인재다.
전장사업팀의 경우 아직 박종환 부사장을 보좌할 핵심 임원진만 꾸려졌을 뿐 실제 가동에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처럼 삼성이 특화된 강점 영역이 있는데다 구체적 사업성과도 이미 나오고 있어 빠른 속도로 경쟁사들을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 몇 년간 조용히 전장부품 역량을 키워온 것은 업계에 널리 퍼진 이야기"라며 "전장사업팀은 기대보다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이 직접 독일로 날아가 아우디의 차세대 스마트카에 차량용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BMW·파나소닉과도 협력해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형 두뇌 개발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비카리우스 같은 인공지능 기술 벤처에도 투자,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별 조직으로 승격시켜 300명 가까운 임직원을 끌어모은 오디오·비디오(AV) 사업부는 기존에 없던 혁신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하고 음질과 소비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소니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음향기기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정체돼 있는 TV 대신 성장하는 무선오디오 시장을 뚫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수익구조를 다각화한다는 의도도 있다. 팀장을 맡은 채주락 전무는 3차원(3D) TV 기술발전의 주역이며 최근에는 무선360오디오 개발도 이끌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팀들이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속도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유연성·융복합이 화두인 신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조직 전반에 걸쳐 파격적인 변화시도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온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신종균 IT·모바일 부문장(사장),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을 모두 유임시키고 조직의 큰 틀을 유지하되 각 부문 밑에 신사업 추진팀을 만드는 '안정 속 변화' 전략을 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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