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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빼면 4분기 마이너스 성장

0.6% 성장에 0.7%P 기여

작년 전체론 40%가 재고 덕


'나쁜 재고'가 끌어올린 '질 나쁜' 성장

수요 살아나도 생산·투자 회복 더딜 듯

제조업재고율·공장가동률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

1분기 재고조정 가능성 커 생산둔화·경기위축 부를수도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0.6%(전분기 대비)를 기록했지만 '재고효과'를 빼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봐도 성장률의 40% 이상이 재고 덕분이었다. 연간 성장률이 2%대로 최악은 아니지만 체감상 '외환위기 이후 최대 불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경제가 재고효과에 기대 '질 나쁜'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성장률 0.6% 중 재고(재고증감 및 귀중품 순취득)의 기여도가 0.7%포인트를 기록했다. 재고의 기여도를 빼면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0.1%로 떨어진다. 지난해 전체로 봐도 2.6%(전년 대비) 성장에 재고는 1.1%포인트 기여했다. 재고효과를 제외하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쳤다는 뜻이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재고는 지난해 경제성장의 42.3%나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 통계상 완제품·원유 등 원자재 재고가 늘어나기만 해도 성장률은 올라간다. 하지만 이는 실제 판매·소비로 연결되지 않아 성장률 수치만 끌어올린다. 재고의 성장률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전체 성장률도 견실해 보이지만 실제 체감경기는 좋지 않은 '착시효과'를 낳는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재고의 성장률 기여도가 높아진 것은 제조업 재고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제조업 재고율(제품출하 대비 재고 비중)은 125.9%(2010년 100% 기준)로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160.8%)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조업 재고에는 미래에 제품이 팔릴 것을 대비해 생산량을 늘린 결과 나타나는 '좋은 재고'와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증가하는 '나쁜 재고'가 있는데 지난해는 나쁜 재고였다. 좋은 재고라면 재고가 쌓이는 동시에 공장 가동률(제조업 가동률)도 상승해야 하지만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74.2%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74.4%)보다도 낮았으며 1998년 (67.6%) 이후 최저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업들이 생산을 늘렸지만 부진이 오히려 심화하면서 재고가 불어났고 이것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여도 현실적으로 당장 고용을 줄이거나 생산량을 축소할 수 없어 재고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4·4분기에는 원유 재고까지 급증하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국내총생산(GDP) 편제상 완제품 재고뿐 아니라 원유 등 원자재 재고가 늘어도 경제성장률은 오른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민간에서 원유 재고를 크게 늘렸고 이것이 4·4분기 재고의 성장 기여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민간 재고는 3,741만배럴로 한달 사이 766만배럴(25.8%)이나 급증했다. 원유 재고 증가 역시 성장률 수치는 높이지만 경제 전반의 체감경기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연간 성장률은 2%대지만 기업경기실사지수(PMI)가 낮은 수준을 이어가는 등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전체 경제성장률이 상당 부분 재고에 기대 있는 것과 관계가 높다"고 분석했다.

공장에 가득 쌓인 재고가 올해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경제 전반에서 수요가 살아나도 재고부터 소진되며 생산 및 투자가 활발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000년 이후 재고 증가세가 3분기 이상 진행된 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1·4분기에는 재고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생산둔화와 성장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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